2024년 10월 20일 일요일 갑진년 갑술월 정사일 음력 9월 18일
내가 하루를 시작한다면 그게 아침 아닐까. 그렇게 주장해 본다. 아침은 상대적인 것이다. 누군가는 새벽에 가까운 시간을 아침이라고 주장하며 일어나고, 또 누군가는 점심에 가까운 시간을 아침이라고 주장하며 일어난다. 각자의 아침이 있는 거고 때로는 매일매일 다른 시간대에 아침을 맞이할 수도 있는 거다. 아무렴 어때. 어찌 되었건 나는 나의 아침을 시작해야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작에 아침을 시작했을 시간이지만, 나는 나의 아침에 하루를 시작해 본다. 힘세고 강한 아침!
쾌적한 환경에서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고 싶지만 그게 잘 되지 않는다. 가뜩이나 환기 안 되는 방에 청소도 안 하고 있으니, 방에 이것저것 너무 많은 것들이 굴러다니고 공기도 썩 좋진 않은 것 같다. 누군가는 혼돈 속의 질서를 가진 방에 살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거 없다. 그냥 혼돈일 뿐이다. 필요한 물건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너무 많다. 어쩌면 난 혼돈 속성을 가지고 있는 거 아닐까. 뭔가 코스믹한 느낌도 들고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일정의 유무와 별개로 아침 일찍 일어나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내는 삶에 대한 로망이 있다. 이런 너저분한 방이 아니라 좀 더 깔끔한 분위기에서. 내 방은 아무리 청소를 하고 정리를 해도 오래가지 않아 원상태로 돌아오더라. 그래, 이 너저분함이 '원상태'로 취급되고 있다. 하여간 아침에 가볍게 차 한 잔 하며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낼까 생각하며 시작하는 일상은 어떨까. 이왕이면 혼자보다는 룸메이트가 있으면 좋을 것 같지만, 그 어느 가상의 룸메이트는 방 꼬라지가 어쩌고 하면서 나의 룸메이트이기를 거부하지 않을까.
분명 가족이랑 함께 살고 있는데 아침은 늘 혼자 맞이하는 것 같다. 각자 생활패턴도 다르고 하다 보니 별로 접점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와 함께 맞이하는 아침은 주로 누군가의 자취방에서나 있는 일이구나. 자취방에서마저도 생활패턴 안 맞아서 각자의 아침을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그치만 늦게까지 놀다가 늦게 자면 일찍 일어날 수가 없단 말이지. 그런 의미에서 몇 시에 자든 비슷한 시간대에 일어나는 녀석들은 참 대단한 것 같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어.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을 한쪽에 잘 개어 놓고 넓은 바닥 공간을 확보한 뒤 하루를 시작하려고 했던 언젠가의 기억이 떠오른다. 지키기는커녕 기억 저편에 묻어두고 있었지만. 이제는 이불을 개기에는 바닥이 너무 차가운 계절이 와버렸다. 그 핑계로 이불이 방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대로 겨울까지만 뻐기다가 봄에 다시 지켜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