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1일 월요일 갑진년 갑술월 무오일 음력 9월 19일
가족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에 대해 부러움을 느끼곤 했다. 가족과 친하고 그들을 좋아하고, 그런 사람들. 소년만화에나 나올 거라고 생각했던 '내 가족을 건드리다니' 같은 말을 실제로 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부류의 사람들 말이다. 그들에게 가족이란 뭘까. 어느 정도의 관계인 걸까. 나로서는 가족에게 느끼지 못했던 무언가를 그들은 느끼고 있는 걸까.
가족에 대한 불편함이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분명 아주 어릴 때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였는지 그 시점을 알 수 없다. 어찌 되었건 지금의 나에게 가족은 어색하고 불편한 동거인에 불과하다. 그들이 집에 있을 땐 방 밖으로 잘 나가지 않게 된다. 가족들이 외출 준비를 하는 8시에서 10시 사이에는 방 문을 열어놓지도 않는 편이다. 그 시간이 되기 전에 먼저 외출을 해버리거나, 아니면 모두가 나간 후에 나갈 준비를 하는 편이 낫다.
오전 시간이 여유로울 때 언제 한 번 일경험 출근 전에 청년기지개센터 공간에 들려 봐야지 하면서도 들리지 못했던 것도, 문 여는 시간에 맞춰 가려면 가족들의 외출 준비 시간을 마주쳐야 했던 게 크다. 그 시간에 맞춰 가지 않으면 점심때쯤엔 일경험 출근을 위해 이동해야 하므로 체류 시간보다 이동 시간이 더 길어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고 싶다면 그렇게라도 갔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는. 오늘부터는 근무 시간이 13-18에서 09-14로 옮겨졌으니 이따 오후에 들려볼까 싶기도 하다. 19:30에 시작하는 두더집 스터디까지 시간이 뜨게 되었기도 하고 말이다.
가끔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다 보면 가족과 함께 사는데 식사를 혼자 한다는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다. 각자의 생활패턴이 달라 식사 시간이 안 맞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은데, 보통 다른 가족들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그리고 다른 가족들은 다 출근하고 나 혼자 집에서 아무런 사회적 활동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때 그냥 다 방에 들고 와서 방에서 뭘 보며 식사를 하던 버릇도 좀 남아있는 것 같다. 요즘도 집에 가족이 있든 말든 내 몫의 라면이나 냉동 만두 등을 적당히 준비해서 방으로 가지고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가족과 친하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큰 힘이 될 거다. 믿어주는 사람이 가까이에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 때로는 힘들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누구보다 가까운 집단. 그런 가족이 소설이나 만화 속에만 등장하는 건 아니라는 걸 대학생 때 처음 알게 되었다. 저렇게 서로에게 우호적이고 친밀한 가족도 있구나. 저게 소위 말하는 '가족 같은 분위기'인 걸까. 뭐, 그렇다고 나의 가족들이 서로에게 적대적이고 싸우고 사이가 안 좋은 건 아니지만, 굳이 따지자면 무관심에 가까울까. 그러다가도 원치 않을 때 지나친 관심을 보여서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나의 가족에서 나 혼자 동떨어진 느낌을 받기도 하고. 내가 서울을 떠나고 싶어 하는 이유 중에도 가족이 있는 지역을 떠나고 싶다는 마음도 어느 정도 작용하는 것 같다.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말이다. 태어나 보니 이곳에 있는, 타의적으로 형성된 가족이 아니라, 내가 선택해서 이루어가는 가족의 경우에는 뭔가 다를까. 그런 의문도 들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