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휘 Oct 22. 2024

#50 인원

2024년 10월 22일 화요일 갑진년 갑술월 기미일 음력 9월 20일

몇 명 정도의 사람이 모였을 때 가장 편하게 느끼는지는 개인차가 크다. 단둘이 만나는 걸 가장 선호하며 사람이 많아질수록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고, 인원이 많을수록 즐겁다는 사람도 있고, 어느 정도까지는 늘어나면 좋지만 그 이상으로 늘어나는 건 원치 않는다는 사람도 있다. 친밀도에 따라 선호 인원 수가 달라진다는 사람도 있고 다양하다.


난 서너 명 정도의 인원이 모이는 걸 선호한다.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지만 내가 떠드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누군가와 둘이서 만나는 것보다 일행 두 명이 대화하는 걸 구경하다가 종종 반응하며 즐기는 편이 더 좋다. 혹자는 둘이서 만나면 티키타카가 되지만 세 명이 만나면 한 명은 소외되는 느낌이라 셋이서 만나는 걸 안 좋아한다고 하던데, 나는 그 '소외되는 느낌' 포지션에 있는 걸 좋아한다는 게 아이러니한 점이다.


네 명의 경우 세 명보다 좀 더 다채로운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꽤나 괜찮다는 것을 최근에 느꼈다. 세 명을 가장 편하게 여긴다고 생각했는데 네 명도 나쁘지 않더라. 성향이 잘 맞는 사람들끼리 각자의 포지션을 유지한 채 상호작용한다면 말이다. 특정 유형의 파티원이 존재하지 않음을 아쉬워하며 가상의 네 번째 인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느낀 부분이다.


다섯 명부터는 조금 많게 느껴진다고 생각했고,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시점까지도 그랬지만 쓰다 보니 마음이 바뀌었다. 기본적으로는 세 명을 선호하지만 특정 조합으로는 네 명을 더 선호하는 것처럼, 아직 내가 괜찮은 조합의 다섯 명을 경험해 보지 못했을 뿐, 그 무언가를 찾는다면 이 또한 괜찮지 않을까. '이런 상황에서 이 사람이 함께 있었으면 이랬을 것 같다'는 식의 대화 속에서 다양한 조합을 생각해 보게 된 어제의 대화가 나의 인식에 변화를 주는 트리거로 작용한 것 같다. 만나면 잘 지내지만 기본적인 호감도가 낮아 먼저 만나려고 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일행의 언급을 통해 상상해 보며, 이런 조합도 나름 괜찮겠다,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내 친구가 두어 명 정도 포함되어 있다면, 나에게 인원은 어느 정도가 되었건 크게 상관없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청년이음센터 출신 청년들이 모이면 가끔은 내가 선호하는 인원을 훨씬 웃도는 인원으로 모이게 되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에도 난 보통 다른 사람들이랑은 최소한의 상호작용만 하고 내가 편하게 여기는 두세 명 정도 하고만 유의미한 상호작용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될 경우에는 나머지 사람들은 아무래도 상관없기에, 그냥 내가 편하게 여기는 두세 명 정도 하고만 만났어도 좋았을 일이긴 하지만. 예전에는 인원이 너무 많으면 거부감이 들었는데 센터에서 여러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그렇게 된 건지, 이제는 그런 건 많이 사라진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