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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휘 Oct 23. 2024

#51 질투

2024년 10월 23일 수요일 갑진년 갑술월 경신일 음력 9월 21일

살다 보면 주변 사람들에게 약간의 질투심을 느낄 때가 있다. 티를 안 내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감정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단지 외면할 뿐이다. 외면하지 않고 이 감정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잘 모르겠다. 좋은 방법을 알고 있다면 제보 바란다. 그 방법이 나에게도 유효할지는 알 수 없으나 안 해보는 것보다는 낫겠지. 부정하고 외면하는 것보다야 낫지 않을까.


친구의 친구에 대해 그런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일수록 그렇다. 나의 친구에 대해 나보다 더 가깝고 친하고 더 잘 아는 것 같은 사람이 있다면 괜스레 질투가 난다. 애인도 뭣도 아니고 친구인데 무슨 자격으로 그런 감정을 품는지는, 글쎄. 내가 그러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무의식에서 새어 나오는 감정이라 나도 할 말은 없다.


유독 그런 식으로 대하게 되는 이들이 있다. 다른 친구보다 그 친구의 주변 사람들에 질투를 크게 느낀다 하는 그런 이들. 언젠가 린이 이반을 소개해 줬을 때도 낯선 이반이라는 존재가 내 친구 린의 절친이라는 사실이 나에게 큰 질투심을 유발했다. 그 와중에 내가 좋아하는 외형에 가까운 녀석이었으니 모든 걸 다 가진 녀석처럼 보였지. 그리고 요즘은 나래의 친구가 나래에 대한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할 때면 괜히 서운해지기도 하고 그런다. '나래의 친구'라니, 이 얼마나 체홉의 「공포」 같은 발언인가. 분명 '나래의 친구'가 '나래'보다 먼저 나의 인지 범위에 들어와서 상호작용을 하기 시작한 존재인데 말이다.


때로는 나의 친구에 대해 느끼는 질투심도 있다. 보통은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욕심이 큰 것 같다. 내가 아무리 바라도 얻지 못한 무언가에 대해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갖고 있는 것만 같다. 당신은 어이하여 그것을 가지고 있는 겁니까. 나의 친구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싶지 않아 외면하지만 어쩔 수 없는 감정이다.


생각해 보면 친구의 친구에게 느끼는 감정은 그렇다 쳐도, 나의 친구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그러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나의 친구는 나보다 나이가 많고, 그만큼의 경험과 이것저것을 쌓아 왔을 테니, 타고난 게 아니더라도 어떤 부분에서는 나보다 유능한 게 당연한 일이다. 아무런 노력 없이 그의 삶의 몇 년을 따라잡고 뛰어 넘고자 하는 태도가 욕심 아닐까. 하지만 그래도 역시 차오르는 감정은 나의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이게 그 친구를 따라잡고 말겠다는 동기부여로 작용하면 참 좋을 텐데 그게 잘 안 된다. 그것은 그저 질투심으로 머물러 있다. 썩 유쾌한 감각은 아니다. 이 감정을 어떤 식으로 처리하는 게 좋으려나. 언제까지나 마냥 외면하며 살기에는 스스로의 감정을 숨기고 나 자신을 속이는 것 같아 좋지 않은데... 아직 뚜렷한 답을 찾지 못한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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