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4일 목요일 갑진년 갑술월 신유일 음력 9월 22일
때로는 가장 보통의 무언가를 실천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남들이 한다고 마냥 다 따라 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소위 말하는 '정상'의 범주에서 너무 벗어나 있는 것도 좋지 않을 수 있다. 거창하게 뭔갈 하자는 건 아니다. 다만, 평소에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면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남들을 따라 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언젠가 오전에 왕십리역 근처에서 서울청년 마음건강 지원사업의 상담을 받고 일경험 출근하기까지 한 시간 조금 넘는 시간이 떴을 때 그걸 느꼈다. 그 애매한 시간을 무엇을 하며 보내는 것이 좋을까 하다가 (보통의 경우라면 점심 식사를 하면 적당했을 시간이지만, 아침과 저녁만 먹고 점심은 패스하곤 해서 배가 고프지 않았다.) 아무거나 구경해 보자, 하고 왕십리역 엔터식스로 들어갔다.
스파오에는 콜라보도 끝나 관심을 끄는 옷이 없고, 또 어디를 둘러볼 수 있을까 하다가 아트박스를 마주쳤다. 캐릭터 상품을 아주 많이 판다던데, 하지만 난 캐릭터 상품을 썩 좋아하지 않았기에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이전에 내가 갖고 있던 캐릭터 상품은, 언젠가 이야기 한 바와 같이 나의 취향과 별개로 타의적으로 받게 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그냥, '보통은 저런 곳을 많이 구경하러 간다지'하며 들어가 보았다.
무언가를 구입할 생각이 전혀 없으면서 그저 둘러보고 구경한다. 나에게는 없던 일이다. 가게에 무언가를 사러 가는 게 아니라 구경하러 간다. 다시 생각해 봐도 역시 익숙하지 않은 문화다. 실제로 아트박스를 둘러보다가도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냐'는 식의 현타가 오기도 했지만, 그런 생각을 외면하고 의식적으로 한 바퀴 돌았다. 그냥, '가장 보통의 무언가'를 느껴보고 싶었다. 어쩌면 나도 조금쯤은 '보통'의 범주에 들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지.
그렇게 혼자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내고 나오니,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그저 평범하게 남들과 뒤섞여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인 존재가 된 것 같다는 느낌도 꽤나 괜찮았다. '즐겁고 신나는 출근'이라고 주장하는 일경험만큼은 아니지만. 적당히 바쁘지 않을 때 가끔은 그런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요즘 유행이고 트렌드고 그런 건 잘 모르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겉보기에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존재해 보는 경험은 나 자신을 '보통'의 범주에 한 발 다가가게 만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