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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휘 Oct 25. 2024

#53 알코올

2024년 10월 25일 금요일 갑진년 갑술월 임술일 음력 9월 23일

술을 좋아하는 편이냐고 묻는다면, 글쎄. 그렇다고는 못 하겠다. 딱히 선호하는 주종도 없고, 애초에 잘 알지도 못한다. 대체로 난 즐기지는 않지만 누가 마시자고 하면 마시는 정도다. 술을 물 마시듯이 마시던 때도 있었지만 그건 언젠가의 기억 저편에 있는 이야기고.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누군가는 뭐는 마시고 뭐는 안 마시고 하는 선호가 명확하다고 하더라. 심지어는 같은 소주 중에서도 마시는 것과 마시지 않는 것이 나뉘는 경우도 있고, 특히 더 선호하는 게 있기도 하고. 난 소주가 다 소주지 뭐, 하며 큰 차이를 못 느낀다. 맥주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굳이 따지자면 난 식당에서 소주나 맥주를 마시는 것보다는 바 같은 데서 유유자적하게 칵테일이나 위스키 같은 걸 마시는 걸 더 선호하지만, 칵테일이나 위스키마저도 잘 모른다. 분명 이것저것 마셔봤는데 뚜렷한 선호가 생기진 않은 것 같다.


술을 마시다 보면 정신이 먼저 리타이어 하는 날이 있고 위장이 먼저 리타이어 하는 날이 있는데 그 차이를 모르겠다. 어떤 변수에 의해 그런 차이가 발생하는지 파악하기에는 아직 데이터가 많이 부족한 걸까. 어느 쪽이든 무언가 리타이어 한다는 시점에서 썩 유쾌한 감각은 아니긴 하다. 사실 그 차이를 야기하는 변수를 찾고 싶기는 한데, 어떻게 찾아야 할지 감도 안 잡힌다. 주종에 따른 차이도 아닌 것 같고... 그냥 컨디션 차이인가.


요즘은 술 마실 일도 별로 없긴 했는데, 그래도 가끔 생기긴 하더라. 소주가 어쩌고 맥주가 어쩌고 하는데 난 보통 분위기를 보고 결정한다. 사람들의 구성과 선호도 그리고 이것저것... 전에는 소주를 마시던 비율이 높았던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맥주를 마시는 비율이 더 높아진 것 같다. 뭔가 막 취하고 싶지는 않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취한 정도로 마셨을 때의 부작용으로는, 연락이 영 안 된다는 게 있다. 오는 연락도 받지 않고 해야 할 연락도 하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계획에 없던 술을 마시다 자정이 넘도록 집에 연락을 안 하고 안 들어가서 다음날 엄청 까인 적이 있었지. 연락을 할 생각을 못 한다. 그러면 오는 연락은 받아야 하는데 오는 연락도 받지 않는다. 부재중 전화가 몇 건씩 찍히기도 하고.


적당히 마시고 나왔을 땐 담배가 땡기곤 하는데 요즘은 금연 구역이 너무 많다. 몇 천 원짜리 액상형 전자담배 하나로 일 년을 쓸 정도로 많이 안 피는 녀석이라 금단 증상이 어쩌고 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주변이 죄다 금연 구역뿐이면 조금 아쉽긴 하더라. 일행 중에 담배 피우는 사람이 없으면 또 혼자 빠져서 그러고 있기 애매하기도 하고.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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