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6일 토요일 갑진년 갑술월 계해일 음력 9월 24일
"그런 T적 발언 하지 마."
썩 좋아하지 않는 말이다. 남들한테는 하지도 않는 말 기껏 신경 써서 말해줬더니 저런 반응이 돌아오면, 그 상대와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다. 'T적 발언'이라... 그래 뭐 내 말이 어떻게 들리는지는 듣는 이에 따라 그럴 수 있지. 하지만 걱정이 담긴 말에 그런 반응이 오면 솔직히 상처를 받지 않을 수가 없다. 'T 성향을 가진 이들은 어차피 감정이 없으니 한없이 무례하게 대해도 된다' 뭐 그런 건가? 상대를 인격적인 존재로 대하지 않는 거야?
언젠가 이야기했던 바와 같이 나는 T 성향이 강하게 나오는 것을 제외하고는 MBTI에서 명확한 분류가 되지 않는 녀석이다. 늘 그런 왔다 갔다 하는 결과를 보다 보니 뚜렷한 결과를 얻고자 하는 것보다도, 반대로 저 고정되어 있는 T마저도 흔들리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성향적으로 내 사고방식이 그곳에 도달하지 못할 뿐, 난 감성적인 것을 좋아하긴 하니까, 그런 F 성향에 대한 흥미가 있다. 생각해 보면 그래. 내가 좋아하는 이들은 대체로 NF 성향을 가졌다.
감성적인 것은 아름답다. 말과 글에서 단지 텍스트가 아닌 그 이상의 무언가가 묻어난다. 반짝반짝 빛나는 글을 읽고 있으면 괜히 어떤 감정이 차오르는 것만 같다. 꽃이나 풍경의 아름다움은 잘 모르겠지만 말이나 글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은 참 좋아한다. 그것에 대해 어떤 감상을 말해야 할지 그 구체적인 어휘와 표현은 찾지 못해 뭐라 말은 못 하지만, 난 늘 그런 걸 좋아했다. 마음 같아선 그런 것에 대한 적절한 감상을 늘어놓을 수 있는 문학성을 가지고 싶지만 말이다.
지식은 학습을 통해 익힐 수 있지만 감성은 그렇지 않다. 어쩌면 그 무엇보다 가장 인간적인 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늘 도달하고 싶었지만 근처에도 가지 못했던 무언가. 어린 시절 MBTI에서 F 성향이 나온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것은 간이 검사에서의 오류인 것 같다. 감정 통제를 잘 못하고 불안과 분노를 쉽게 드러내던 녀석이라 그런 것에 대한 표출이 F적인 무언가로 잘못 해석된 거겠지.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 내가 그것을 가장 오래 느껴온 영역이 이 부분인 것 같다. 감성적이고 문학적인 무언가. 나의 사고, 말과 글은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갖고 있지만, 그리고 그 나름대로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것과는 별개로 갖고 싶은 건 있잖아. 최근 일 년 사이에 그런 갈망이 새로 생긴 영역으로는 운동이 있는데 (사실 고등학생 때 살짝 있었다가 내 분야가 아니라는 걸 느끼고 포기했지만, 최근에 다시 관심이 생겼다) 내가 갈망하는 모든 것을 가진 녀석을 보면 뭔가 탐난단 말이지... 그렇게 또 불현듯한 질투를 느끼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