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8일 월요일 갑진년 갑술월 을축일 음력 9월 26일
내가 생각하기에 ×××cm의 적정 체중은 ××kg이다,라는 발언을 종종 했던 기억이 있는데 사실 그 적정성을 알 방도가 없다. 그렇다고 사람들한테 "저 혹시 체형이 마음에 들어서 그런데 키와 체중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하고 물어보고 다닐 수는 없잖아. ―라는 생각을 얼마 전에 아침 식사를 하며 했다. 좀 뜬금없지 않냐고? 다들 그런 잡생각 하고 사는 거 아닌가? 뭐, 잡생각의 아무 말 정도는 사람마다 편차가 크다고는 하더라.
난 보통 가상의 존재(라고 해봤자 나 자신이겠지)와의 대화식 잡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 난 잡생각마저도 텍스트 기반이다. 장면을 상상하는 건 꽤나 노력이 필요한 영역이더라고. 아판타시아 증후군까지는 아니지만―근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사람을 묘사해 보라고 할 때 그 외형을 간단하게나마 묘사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긴 하다. 보면 그 사람인 걸 아는데 어떻게 생겼는지 떠올리라고 하면 잘 안 된다.
머릿속으로 뚜렷한 물체나 장면을 상상하는 일에 어려움이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가령 판다의 모습을 상상한다고 하면 두루뭉술한 실루엣 같은 느낌으로 어렴풋한 모습을 상상하는 게 나의 한계다. 모습을 구체화하려고 하면 부분적으로 밖에 되지 않는다. 가령 귀를 구체화하면 몸통의 해상도가 더 떨어진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결국 전체의 모습을 그려내지 못한다.
멍하니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때로는 평소에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영역을 새삼 깨닫기도 한다. 무의식의 영역이 새어 나오는 걸까. 완전히 놓치고 있던 사실을 인지하게 되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결론에 도달할 때면 스스로도 놀라거나 당황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하는 것만큼이나 나에게 새로운 인사이트를 주는 경우도 있다. 몇 해 전인가 나쟈가 나에게 기억의 빈틈을 인지하거나 이인증 같은 거 느껴본 적 없냐며 해리 장애를 약간 의심했던 게 떠오르기도 하고. 뭐,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런 것까지는 아니지 않을까' 하는 모호한 결론이 나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 내면의 대화가 잘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가끔은 대답 없는 외침이 되기도 한다. 보통의 경우 나의 질문에 나 자신이 답변을 하며 대화가 이루어지지만 그 어떤 대답도 없을 때 대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일방적인 질문만 던지고 있는다거나. 대화가 이루어지는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 주제에 따라 나의 무의식이 즉각적으로 어떤 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여담으로, h cm의 키를 가진 사람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적정 체중은 (h - 130)*2 kg이다. 160cm라면 60kg, 170cm라면 80kg, 180cm라면 100kg 언저리인 것이다. 그 위와 아래는 생각해 본 적 없고, 그 구간에서의 대략적인 수치다. 아마 이 범위를 벗어나는 키일수록 오차가 좀 있긴 할 거다. 이건 161cm, 168cm, 173cm, 178cm인 사람을 기준으로 판단된 함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