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9일 화요일 갑진년 갑술월 병인일 음력 9월 27일
살면서 나이를 모르고 지내는 이들이 꽤나 많다. 또래 집단과 상호작용하기보다는 트위터리안으로 살아온 시간이 길어서 그런가. 생년월일 같은 건 몰라도 되는 부수적인 요소로 다가온다. 생일 챙기는 것도 익숙지 않고, 생일 축하하는 자리는 피하고 싶다. 처음부터 상성이 안 맞긴 했지만 그럭저럭 지내보려고 했던 누군가와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지게 된 계기도 미정이 생일이었지. 누군가 내 생일을 물을 때도 어느 정도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개인정보에 대한 질문을 받는 느낌이라 꺼려져서 비밀이라고 하고 넘기기도 한다. 확 그냥 무인년 을축월 경신일생이라고 해버릴까 보다.
나이를 알아도 몇 살인지는 잘 모르고 몇 년생인지만 알고 있다. 몇 살인지 들으면 이게 언제 들은 건지 헷갈려서 몇 년도를 기준으로 한 나이인지 혼란이 오기도 한다. 아직도 93년생이 21살인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분명 90년생이 24살이었단 말이다. (와 새삼, 당시 큰 형님 이미지였던 형씨가 고작 24살이었단 말인가... 가만, 내가 90년대 초반생을 편하게 대하는 게 저 당시 영향인가? 아무튼 각설하고 본론으로 돌아가자.) 말을 놓으면 존칭까지 생략해 버리는 경향이 있기에 말을 놓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된다면 나이는 더욱이 중요치 않아 진다. 상대가 96년생이든 88년생이든 알 바야?
얼마 전에 집단 내 연장자에 속하지만 꽤나 앳된 느낌의 사람이 29살이라는 말을 듣고는, '뭐야, 어리잖아?'라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29살이... 어려? 20대 중반이 20대 후반에게 어리다고 할 일인가. 나를 기준으로 한 주관적인 나이 개념이 딱히 없는 것 같다. 객관적으로 29살이 어리냐고? 뭐... 요즘은 전체적으로 나이가 뒤로 밀려서, 10대는 멋모르고 살아가는 기간이고 20대는 이것저것 탐색하는 기간이고 30대부터 좀 더 본격적인 무언가라는 느낌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저 어리다는 느낌은 저 사람의 경력과 평소 이미지 등 내가 알고 있던 나이 외적인 정보와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다.
사실 이미 10년도 더 전부터 누군가 나이를 물어보면 '99년생입니다' 하고 넘겼기 때문에 (가끔은 농담처럼 96년생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구체적으로 몇 살이냐고 물어보면 내 나이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 대충 20대 중반이라는 건 알겠는데 정확히 몇 살이지? 안 그래도 정확한 나이를 잘 기억하지 않고 살아가는데 그 와중에 만 나이니 뭐니 하면서 더 헷갈리게 되었다. 대략적인 나이대가 궁금한 거라면 '20대 중반' 정도로 충분하지 않을까. 구체적인 나이가 궁금한 거라면... 그게 왜 궁금하지? 특정 정책의 지원 대상에 포함되는지 확인하는 등의 상황이 아니라면 구체적인 나이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동갑이니까 친구, 말 놓자' 하는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아마 이런 문화에 익숙한 이들이 구체적인 나이를 묻고 동갑이면 내적 친밀감 같은 걸 느끼는 모양이지만 말이다. 친구에 나이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삶을 살다 보면 '동갑이니까 친구'라는 말이 정말 허무맹랑하게 들린다. 학생 때의 '동급생이면 일단 말을 놓고 본다' 문화도 썩 좋아하지 않았는데, 최소한의 주변에 스며들기를 위해 억지로 그렇게 대하곤 했다. 결국엔 학우들과 상호작용하기보다는 트위터리안으로 생활하는 시간이 더 많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