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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휘 Dec 06. 2024

#91 상식의 차이

2024년 12월 6일 금요일 갑진년 을해월 갑진일 음력 11월 6일

이 글은 언젠가 서비스 종료된 플랫폼에 작성했던 글을 현재의 관점에서 재구성한 것이다.
기존에 작성된 글은 2022년 5월 11일 수요일에 작성되었다.


내가 상식이라고 여기는 영역과 당신이 상식이라고 여기는 영역은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까. 타고난 가치관과 살아온 삶의 방식에 따라 사람마다 상식이라고 여기는 내용에는 차이가 있다. 누군가 모두가 알 법한 상식이라고 여기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모를 수 있는 영역으로 여겨질 수도 있고, '이 상황에서는 상식적으로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인식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때로는 그렇게 당연시하는 상식의 차이로 인해 인간과 인간이 완전히 갈라서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충분히 친해지면 내 집 같은 편안함으로 냉장고도 마음대로 열 수 있다는 입장과 아무리 친해도 그건 예의가 아니라는 입장이 갈리는 것처럼 말이다. 방 일에 대해서도 손님으로서 집주인만 일 시키지 말고 같이 도와줘야 한다는 입장과 남의 집 부엌에 가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입장이 갈린다. 후자의 입장으로 가정교육을 받아온 사람이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친구가 전자의 입장이라 서운해했다는 일화도 들어본 적 있다. 내 입장을 묻는다면 후자에 가깝다. 집주인이 요청하면 기꺼이 도와주겠지만 먼저 나서는 건 주제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들 그렇듯 내 기준으로 판단해서인데,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는데 도와준답시고 막 나서며 오히려 날 더 불편하게 했던 일부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그 원인인 것 같다.


고등학생 때는 내가 중학생 수준이면 이해할 법한 상식이라고 여겼던 것을 전교권 고3 학생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해 충격받은 기억이 있다. 그림 그리는 어플의 레이어 개념이었는데, 얇고 투명한 판을 쌓아 올려 각각의 판에 서로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그림이 그려진다는 개념을 그 학생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더라. 포토샵을 언급하자 그것을 써본 적이 없어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는데, 나도 포토샵이 워낙 유명하니까 대충 아는 거지 그것을 써본 적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결국 나는 그가 무엇을 이해하지 못했는지를 이해하기를 포기했고, 그냥 그림 어플에 끄적여 보며 익히라고 하고 넘어갔다. 나의 대학 막학기인 5학년 1학기 때 N수생으로 수능을 계속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얼핏 전해 들었는데, 이제는 저 레이어 개념을 이해하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지기도 하고.


이야기를 늘어놓자면 더 많은 사례가 있겠지만 굳이 다 언급하려 하지는 않겠다. 인간과 인간의 상식 차이는 어떤 갈등을 만들고, 때로는 공론화된 채 사회적인 논란을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차이를 서로 파악하고 대화로 원만하게 풀어 갈 수 있을까.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취급하며 등지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여간 쉽지 않은 일이다. 요즘 일부 사람들을 보면 가끔은 그냥 싸우고 싶어서 갈등의 빌미를 만드는 건가 싶을 정도로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공격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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