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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다니 Jul 17. 2016

새벽 두시

오랜만이지


오랜만이야. 새벽 두시네. 전에는 참 익숙한 시간이었는데 어느 새부턴가 내게 새벽 두시는 꽤 늦은 시간이 되어버린 것 같아. 인간은 정말 적응의 동물이라고- 새벽에 늘 깨어있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던 내가 벌써 몇년째 아침 일찍 일어나고 어둑해지면 이불을 찾아 눕고 있단 말이지.


뭐라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밤, 그런 밤은 대개 이 시간쯤이었어 늘. 그래서인지 그간 글을 잘 쓰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르겠어. 언제 잠들었는지도 기억 못할만큼 정신없이 잠들었던 날들도 많았거든. 그런데 오늘 갑자기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오랜만에 새벽 두시가 되도록 잠에 들지 못했고, 덕분에 뭐라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이 느껴져서 그랬어.


며칠 전 슬픈 감정이 몰려와 내게 전화를 걸었다가 눈물이 차올라서 일단 끊자던 너의 목소리를 듣고, '힘든 일은 왜 한번에 일어날까' 하고 한숨 푹푹 쉬는 그림을 그려 올린 내게 안부를 물어오던 너의 목소릴 듣고, 생각했어. 나는 참 센스없고 무딘 사람이구나 하고. 요즘따라 그런 내 모습을 자주 발견해. 굉장히 착하고 예의바른 사람이려고 하지만 사실은 늘 적당한 선을 긋고 그걸 지키려 애를 쓰는 사람. 아무리 고치려해도 어느 샌가 또 그러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돼.


돌아보면 그런 내 모습을 서운해하는 사람이 꽤 많았어. 그리고 그런 얘길 들을 때마다 사실 난 많이 좌절했어. 내가 누군가에게 바라는 만큼의 만족을 주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게 서글펐거든. 가장 힘들 때 곁에 있어주는 사람, 가장 필요할 때 함께해주는 사람, 보고싶다 하면 달려가주는 사람, 가지말라고 하면 기다려주는 사람- 그 어떤 사람도 나는 사실 자신이 없어.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때면 괜히 더욱 혼자이고 싶어져. 누군가가 더이상 내게 기대하지 않아주기를 바라면서.


생각해보니 살면서 외롭다는 생각을 많이 해보지 못했던 것 같아. 내 곁에 누가 있든 없든 나는 혼자인 게 워낙 익숙했나봐. 그래서 난 내 곁에 있는 이들을 자꾸만 외롭게 했던 것 같아. 나도 익숙하니 너도 익숙하겠지 하고. 내가 참 이렇게 이기적이고 못된 애였다는 거 이제서야 느끼고 반성하며 산다 요즘.


그래도 이런 나에게 꾸역꾸역 통화버튼 눌러주는 네가 참 고마워. 나는 여전히 "뭐해?" 라는 뜬금없는 카톡 하나 보내는 것도 어려운 사람인데. 그래도 다행히 조금씩 변하려고 노력해. 네가 느끼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나저나 늦게까지 안 자니까 배가 고파지려고 해.

나, 오늘 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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