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너무 많은 악보가 있다
음악을 연주하거나, 이제 연주를 해보려고 하거나, 취미로 음악이론을 공부하려고 한다면 가장 먼저 구해야하는건 당연지사 악보이다. 악보를 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첫번째로 인터넷에 쳐서 구입하는 방법이고, 두번째로는 악보책을 주문시키는것일테며, 마지막으론 서점에 직접가서 음악섹션에서 악보집을 구입하는 방법일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악보를 구하면서 "과연 이 악보가 진짜 원본과 똑같은 악보일까?" 라거나, "작곡가가 직접 적은 원본에도 이렇게 간단명료하게, 간간히는 설명도 있게 적혀있을까?"라는 궁금증을 갖진 않는다. 이유는 일단 전세계적으로 아주 오랜시간 출판되어 왔던 성경도 그러하듯이, 악보는 그 원본 상태를 복사했을것이며, 그 원본에 따라 악보집을 만들든, 인터넷에 악보를 올려 팔든 할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추측이 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악보를 구하는것이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쉬운 가장 기본적인 단계인데, 이 중에서 양심있는 음악인이라면 저작권을 생각할것이고, 불법으로 유통되거나 다운받을 수 있는 악보는 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양심있는 음악인들은 어디서 어떻게 악보를 손쉽게 구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특히나 한국처럼 배송이나, 온라인 시장이 발달되어 있지 않은 해외거주자들은 더더욱이 어디서 악보를 구해야 할지, 어디가 믿을만한 사이트인지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저작권 걱정없이 무료로 편하게 악보를 구할 수 있는 곳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저작권은 시효가 만료된다
나도 악보 저작권에 대해서 잘은 몰랐지만, 저작권도 계약을 하는 것이라 일정정도 계약기간이 지나면 퍼블릭 도메인으로 풀린다. 비록 바로크 시대 즈음엔 인쇄술이 부족해 저작권을 주장하기도 전에 청음으로 사람들이 음악을 배웠다지만, 지금은 인쇄술과 기술의 발달로 아주 풍족해진 우리 시대에는 그리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아니다. 대신, 우리는 그 발전한 인쇄술과 기술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고, 아주 마음씨 착하고 고우며 다른 사람들의 편의를 생각해준 Petruci Music Library덕분에 퍼블릭 도메인으로 바뀐 악보들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Petruci Music Library은 2006년에 IMSLP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사이트를 하나 만들었다. IMSLP (아이엠에스엘피 라고 읽는다) 프로젝트는 International Music Score Library Project로 이미 오래전에 계약이 끝난 악보들을 모아 업데이트를 하는 중이다. 이 "오래전에 계약이 끝난" 악보라고 한다면 대부분 아주 오래 전에 살았던 작곡가들, 유명한 사람들부터 안 유명한 사람들까지 포함이 된다. 일단 이곳의 장점은 저작권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악보를 연주한 음악도 있어 함께 듣기 편하다는점이다. 악보를 찾는 것도 작곡가별로, 시대별로 나눠놔서 편하게 볼 수 있게 만들어뒀다.
저렇게 나눠논것이 유용한 이유는 나를 예를 들어 설명할 수 있다. 이번 학기에 우리 교수님은 내게 "저번에는 바로크 시대 음악과 르네상스 시대 음악을 연주했으니 이번엔 더 클래식 시대와 현대로 넘어오는 곡을 연주해보는게 좋지 않을까?"라는 말을 하셨고, 동시에 "프랑스 작곡가들도 도전해보면 좋겠어"라는 말을 남기셨다. 프로필에도 썻듯이 나는 아마추어에 작곡가에 대한 지식도 부족할 뿐더러, 저렇게 뭉퉁거려서 하는 말에 막막함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IMSLP에 들어갔다. 시대별로 나눠진 작곡가들중 내가 다 모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일단 들어보고, 악보를 읽어보고 시작했다. 이런경우에 IMSLP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한계점이라고 꼽자면 영어로만 만들어진 사이트이기 때문에 연어에 조금 어려움이 될 수 있다. 악보를 찾아내는건 어렵지 않지만, 악보를 다운받을때 당황스러울 수 있다. 어떤 악보들은 바로 PDF파일로 다운이 가능하지만, 어떤 파일들은 "your download will continue in 15 seconds..."라는 말이 뜰때가 대부분이다. 15초 기다리면 무료로 다운이 가능하다.
악보를 다운 받아보자
영어를 능통하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조금 어려울수도 있으니 차근차근 프로세스를 적어보려고 한다. 일단 찾고싶은 곡을 하나 정해보자. 나는 플루티스트지만, 피아노도 소싯적 아주 많이 쳤기 때문에 피아노곡을 찾아보려고 한다.
일단, IMSLP에 들어간다.
오른쪽 위에나 가운데 서치바에 원하는 곡을 검색한다. 예를 들기 위해 바흐의 피아노 인벤션을 쳐보겠다. (영어로 타입해야한다)
그럼 이렇게 구글로 데려가서 검색을 할것이다. 이게 맞게 가고 있는거니까 겁먹지 말고 끄면 안됀다. (아래 참조)
내가 찾고 있는건 15가지 인벤션이 함께 있는 악보이니, 제일 위에 나온 검색 결과를 클릭해보겠다. (아래 사진 참조)
들어가면 이런 화면이 나올 것이다. (위 사진 참조) 노란색 하이라이터로 표시되어있는게 악보의 제목과 작곡가의 이름이다. 아래보면 Performances(퍼포먼스)란이 있고 그 안에는 들을 수 있는 앨범이 있다. 그리고 내려오면 빨간 박스로 표시해놓은게 악보를 다운받을 수 있는 곳이고, 그 옆에 있는 보라색 박스는 같은 악보, 같은 음이지만 다른 편집자가 "편곡"을 했거나 아니면 피아노가 아닌 다른 악기가 연주 할 수 있게 바꿔놓은 악보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더 내려보면 한가지만이 아니라 여러가지 원본같은 악보를 볼 수 있다. (아래 사진 참조) 이 중에서 제일 처음에 나온 결과이지만 가로로 악보가 그려져있는 파일을 선택해보겠다. 파일을 다운 받을 때는 매 악보마다 있는 "Complete Score"을 누르면 된다.
그럼 당연히 이런 화면이 뜨고...↓↓
조금 기다리면 저기 위에 보이는 "your download will continue in 2 seconds..."가 요롷게 바뀔것이다.
바로 클릭을 해보면 악보를 PDF 형식으로 다운받을 수 있는데, 이 악보는 정말 원본인건지 원본의 사본인건지 오선지 위에 잉크펜으로 그린듯해보인다.
놀라지 말고 침착해보자, 이런 원본 같은 악보는 만약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악보가 편곡되었거나, 이 시대에 작곡되었다고 생각이 들지 않게큼 오류가 있는 경우를 위해 대조/대비용으로 쓰인다. 제대로 우리가 보기 편하게 되어있는 악보들도 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 악보를 구하고 연주하면서 "이 악보에 쓰인 이 음이, 이 박자가 진짜 맞는걸까?"하고 의심하고 궁금해하면서 연주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없을거라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제 악보들도 천차만별이고 악보를 편집하거나 편곡하는 사람들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게 악보라는걸 알게됬다면 이제부터라도 어떤 악보든 의심하면서 연주하고, 또 연주하다 이상하다 싶으면 본인을 믿는것도 좋다고 말하고 싶다.
악보 비교하기
전에는 그러지 않았지만 이제는 악보를 구입하고 무조건 하는 스텝이 있다면 악보를 사고 무조건 원본과 비교해보는것이다. 저작권도 풀렸고, 다운로드도 무료로 내가 원하는 음악, 궁금한 음악의 악보를 구할 수 있는데 내가 산 악보가 맞는지 아닌지 확인정도는 쉽지 않겠는가. 악보를 비교할 때 중요한 것들이 몇개 있다.
첫번째는 작곡가이다. 작곡가가 중요한 이유는, 이 사람이 살았던 시대의 배경과, 그 시대에 유행했던 혹은 변하려고 했던 기교나 스타일이 악보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악보를 비교할 때 가장 먼저 알아야하는건 이 작곡가는 어느 시대에, 어떤 나라에서 살았는지이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모두 서양 음악을 발달시킨 나라들이지만 그 나라에 맞춰 음악의 색깔이 변한다. 악보를 보고 음악의 스타일을 비교하기 위해서 알아두면 더 편리할것이다.
두번째는 기교의 방식이다. 바로크 시대는 트릴을 할 때 정박자에 트릴을 위에 음부터 시작했지만, 클래식 시대에는 정박자보다 조금 빨리 꾸며져 있는 음부터 트릴을 시작했다. 이와 같이 먼저 시대를 알면 악보에 쓰인 기교를 어떻게 연주해야하는지가 더 빨리 잡힌다. 하지만 현대 출판되는 악보들 중 이 기교들이 조금 변형되어 있는 경우가 있으니 비교하고 확실히 하는것은 나쁜 생각이 아닐꺼라 믿는다.
세번째는, 사실 피아노보다는 다른 악기들이 더 해당하겠지만, 늘임표, 이음줄 등 많은 기호들이 붙어지고 떼어질 수도 있다. 그외에도 세기를 표현하는 기호들 (ff, pp 등)도 바뀌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악보를 비교하면서 알아보면 훨씬 더 작곡했던 원작자가 원하는 의도와 스타일에 맞게 연주 할 수 있게 된다.
음악을 연주한다는것, 악보를 읽고 그 악보에 그려져있는 음들을 소리로 만든다는 것은 아마 사람이 할 수 있는 것들 중 아주 쉽게 현혹되는 일들의 하나일 것이다. 음악이 만들어 지고, 인쇄술의 발전으로 우리가 이 시대에도 500년전 작곡가의 악보를 찾아볼 수 있다는것이 얼마나 큰 특권이고 혜택인지 참 감사할 따름이다. 혹시나 악보를 고르는 곳이 마땅치 않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 지 모르는 분들에겐 먼저 서점에 가서 직접 몇번 골라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좀 편해지면 인터넷으로 주문해도 나쁜생각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본인의 악보에 오류가 없을것이라 굳게 믿는 사람들이 많지만, 한번쯤은 진짜 오류가 없는가에 대해 고민해보는것도 좋을 듯 싶다. 실제로 이렇게 악보를 비교하면서 음악적인 소양이 훨씬 확장된다고 교수님들이 이야기 했으니 말이다.
내 개인적으로 이 포스트를 쓰면서 전하고 싶었던 것이 있다면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정정당당한 루트로 바르게 악보를 구하고, 또 바른 악보로 연습하는 법이었다. 음악이 진심으로 사람들에게 와 닿기까지 연습 이외에 또 하나 정직해야할 것이 있다면, 악보를 구하는 방법과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바른 방법과 루트로 악보를 찾는 사람들 많아지고 그만큼 더 사람들에게 떳떳한 음악을 전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