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영어 (모국어)를 가르치는 법
앞의 포스팅에서 말했다시피 북미 학교는 교과서가 없어 교사의 재량껏 주정부(Provincial government)에서 만들어준 커리큘럼을 따라 학습 목표를 달성하면 된다.
한국에서는 국영수를 가장 중점에 두어 가르치고 배운다고 한다면 북미 초/중학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목은 "영어(모국어)"이다. 수학, 사회, 과학 그 이외의 모든 과목들은 언어과목을 따라오기 마련이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그 어느 과목보다 언어를 가르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언어를 배운다고 한다면 누구나 생각하는 것만큼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가 중점이 돼야 한다. 하지만 영어의 특성상 북미 초/중등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말하기-쓰기-읽기-듣기 순서이다.
이미 영어로 말하기가 되는데 왜 말하기가 가장 중요해?
말하기의 영역은 그저 언어로 소통하는 것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이 말하기 영역은 발음, 억양, 악센트 등 모든 것을 망라하는 주제이다. 실제로 영어란 언어의 특성상 많은 아이들이 특정 발음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K와 G의 발음 차이를 가르치며 한 단어를 각 발음으로 나눠보는 연습을 하는 등 한 단어, 한 문장을 말할 때도 정확한 발음과 적혀있는 언어를 매칭해 보는 연습을 많이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넘어가도 똑같다. 저학년들은 한 글자의 발음을 배운다며 고학년들은 두 글자 이상의 글자의 발음을 배운다. 특별히 tion, sion, 등 예외가 되는 발음을 배운다.
교과서가 없는 북미 초등학교에서 이 모든 것을 어떻게 가르치냐고 묻는다면 정말 학교 따라 다르겠고 선생님마다 다르다. 나는 북미 중에서도 캐나다 학교만 더 잘 알기 때문에 이야기를 해보자면 일단 주정부 커리큘럼 + 학교에서 지정해 준 프로그램 + 선생님의 재량 = 아이들이 받는 교육 이란 식이 성립된다.
가장 큰 두 가지 프로그램을 이야기하자면 Fountas and Pinnel (https://www.fountasandpinnell.com/default)이란 사람들이 쓴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를 전반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따르는 학교도 있는가 하면 University of Florida Literacy Institute (UFLI https://ufli.education.ufl.edu/) 에서 나온 프로그램을 쓰는 학교도 있다.
이 두 가지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한 가지이다. 아이들이 말하기를 연습할 때 그 어떤 문장도 앞에 적어놓고 "소리 내어 읽게"하지 않는 것이다. 말하기는 말하기로만 배워야 한다는 철학이 반영되어 있다. 선생님들이 발음하는 소리와 입모양을 보며 아이들은 발음을 유추해 보고 배운다.
교과서가 없는 아이들은 그럼 어떻게 쓰기를 배워?
혹시 북미에서 온 사람들 중에 손글씨가 아주 출중하게 대단한 사람들을 본 적이 있는가? 아마 내 인생에선 극히 드물다고 생각한다. 선생님들과 행정 쪽에서 일하는 직군을 빼면 대부분 손글씨가 개발새발(?)로 보일 때가 아주 많은데... 이유는 이 쓰기 교육에 있다.
교과서가 없는 아이들은 쓰기를 배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소문자와 대문자를 나눠 쓰는 것이고, 그다음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아이들의 글씨가 예쁘든 안 예쁘든 그것은 가장 아래순위에 가게 된다. 왜냐면 쓰기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본인이 생각하는 바를 글이라는 매체로 적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쓰기를 배우는 아이들은 저학년의 경우엔 글자를 바른 획순대로 쓰는 것부터 시작해서 고학년이 될수록 같이 아이디어를 모으고, 본인의 생각과 말로 바꿔 본인의 문장을 적어내는 연습을 더 많이 한다. 이때도 똑같이 선생님이 어떻게 칠판에 쓰는지 보고 아이들은 따라 적는다. 그렇기에 교과서가 필요 없는 구조이다.
이 쓰기는 모국어를 배울 때만이 아니라 사회, 과학, 수학 등 다른 과목을 배울 때 모두 적용이 되면 선생님들도 이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다른 과목들의 활동을 결정한다.
읽기와 듣기는 동시에 배워야 한다??
아이들은 읽기와 듣기를 대부분 같은 중요선상에 놓고 배우게 된다. 하지만 이 활자를 읽는다는 행위와 듣는다는 행위를 어떻게 같은 선상에 두고 배우는지를 알게 되었을 때 너무 신기했다.
이 모국어를 배우기 위해서 학생들은 Daily 5라는 루틴을 배우게 된다 (캐나다에선 이 루틴을 하는 학교들이 대부분이다) 이 데일리 5에는 5가지 다른 활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1. read to self (혼자 소리 내어 책 읽기)
2. read to someone (친구에게 책 읽어주기)
3. work on writing (글쓰기)
4. word work (단어, 발음공부)
5. listen to reading (다른 사람이 읽는 걸 듣기)
이 활동은 대부분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하는 학습이며 이 자율학습 시간에 선생님은 한 아이씩 책상에 불러와 아이들을 평가하는 활동을 한다. 선생님이 아이를 평가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선생님이 한 아이와 시간을 보낼 때 다른 아이들은 교실에서 자율학습으로 본인의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미 아이들은 대부분 이 자율활동하는 시간에 이미 잘 학습되어 있으면 선생님들은 학교 첫 학기에 이 루틴을 따를 수 있게 아이들을 잘 가이드하기 마련이다.
다시 읽기와 듣기로 돌아가서 보자면 아이들은 서로에게 읽어줄 때 각자의 목소리와 발음을 듣게 되며 서로 읽는 걸 도와주기도 한다. 하지만 혼자 읽는 아이들은 본인들의 발음이 맞는지 틀리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이런 아이들을 위해 도구를 가지고 오기도 한다. 본인이 읽으며 말할 때 그 발음이 본인이 생각한 발음과 매칭이 되는지 확인하기 위한 도구이다. 아래 사진과 같은 전화기에 대고 본인이 읽는 걸 듣는 아이들의 발음과 억양은 생각보다 빠른 시간 내에 좋아진다는 결과가 있기도 하고, 아이들이 본인 목소리를 듣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걸 이용한 방법이기도 하다.
읽기를 배우는 아이들은 선생님과 읽기 평가 시간을 통해 (이 시간도 선생님은 이게 평가이다, 테스트다 등 말해주지 않는다) 아이들이 읽을 만한 레벨의 책을 선정해 주고 시간이 지나 평가 후 또 다음 레벨로 올라가기도 한다. 같은 반에서 아이들의 읽기 레벨은 천차만별일 수도 있고 대부분이 비슷한 수준에 머물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서라도 선생님들은 커리큘럼에서 제시한 읽기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에게는 없는 컨셉 Literacy Intervention
Literacy Intervention이란 언어를 배우는 아이들 중 특정한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을 개개인으로 불러내 1:1 맞춤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고 이 또한 수업의 일환이다. 어떤 아이는 발음이 안될 수 있고 어떤 아이는 읽는데 서툴 수 있다. 어떤 아이는 특정 글자 발음이 안 될 수 있고 어떤 아이는 문장을 읽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통틀어 아이들은 Literacy Intervention이란 프로그램에서 다른 선생님에게 도움을 받으며 1대 1 10-20분 정도의 수업으로 아이들의 읽기, 듣기, 말하기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한국 공교육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라고 하나도 없는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해봤다. 모국어인 영어를 배우는데 이렇게 많은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이는 북미 영어 교육에서 내가 느낀 건 만약 우리가 이렇게 영어를 배웠더라면 한국에서도 영어를 싫어하고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더 적어지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내내 들었다. 다음 포스팅에선 수학 교육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