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겸 Aug 12. 2016

Day 59

애팔라치아 산맥 입성


오늘 탄 거리: 94km (Pittsburgh ~ Connellsville)

총 이동 거리: 5085km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온다고 예보에서 그런다. 일어나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냥 비도 아니고 폭우 수준. 홍수주의보도 떴다. 어제 그냥 출발할걸 하고 후회하기도. 비가 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결국 그나마 좀 나아진 1시에 출발했다.

슬리퍼 신고 출발.


불행중 다행인 건 차도로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피츠버그부터 워싱턴DC까지 Great Allegheny Passage라는 자전거 길이 조성되어 있다. 미국에서 아마 규모가 가장 큰 자전거 길이지 않나 싶다. 물론 포장도로는 아니다만 그래도 차도에 안 다니는 게 어딘가.(국토종주 하는 사람들이 종종 낙동강 쪽 길 상태가 안 좋다고 불평하는데 포장인 거에 감사하라고 전해주고 싶다)

굿바이 피츠버그.
피츠버그 좀 지나 있던 제철소.
워싱턴 DC까지 이런 길만 따라가면 된다.


피츠버그 외곽은 좀 안 좋은 동네가 많은 것 같다. 동양 식품을 파는 슈퍼에 가려고 잠시 도로로 빠져나왔는데 시카고 남부보다도 더 음침한 동네가 있었다. 영등포 뒷골목 정도는 이에 비하면 애교수준이다. 

그래도 먹을 건 사야하니 슈퍼에 들려 라면을 사고 나왔다. 그때 건너편에서 누군가가 나한테 슈퍼가 열었냐고 말걸면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가왔다. 매우 불길한 느낌이 들어 열었다고 말해주면서 계속 손을 주시했다. 혹시라도 총이나 칼이라도 꺼내고 털어갈까 싶어 계속 처다봤다. 물론 무기를 꺼내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손드는 것밖에 없겠지만.

계속 말을 돌리고 돌리면서 헛소리를 해대길래(그와 중에 손은 계속 주머니를 뒤적거리었다) 빨리 가야된다고 핑계를 대고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렸다. 나 혼자 오버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분명 느낌이 싸했다.

어쨋튼 그렇게 그 동네를 빠져나와 다시 자전거 길에 올랐다. 비는 거의 그쳤어도 날씨는 아직 먹구름이 낀 상태라 분위기가 음산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생각보다 자전거 여행객들이 별로 없었다. 물론 그래도 중부에서 아무도 못 만난거에 비하면 훨씬 나았다.

뭔가 공포영화를 연상케하는 풍경이다.
이 강을 따라서 산맥을 넘는다.
길가면서 이런 폭포를 수도 없이 본다.


비포장 흙길이라 군데군데 진흙탕인 곳이 있긴 했지만 대체로 길 자체는 양호한 편이었다. 곰이 미국에서 제일 많이 서식하고 있다곤 하는데 사슴밖에 안 보인다. 다행이긴 하지만 곰 한 번 못보고 돌아갈 생각에 약간 아쉽기도. 물론 아직 애팔라치안 산맥이 한참 남았긴 하다.

오늘 밤은 비가 안 오기로 예보되어 있어 캠핑장에서 자기로 했다. 텐트를 치고 라면을 먹는데 꿀맛. 이상한 동네에 가서 사온 보람이 있다. 

자전거는 진흙범벅이 되었다.


이제 3일 뒤면 워싱턴DC, 거기서 한 5일 정도 타면 뉴욕이다. 어느새 남은 키로수도 세자리로 떨어졌다. 이거를 진짜로 끝내는구나 싶다.


굿나잇.


매거진의 이전글 Day 58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