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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겸 Aug 14. 2016

Day 66-67

Boston

Hello Boston.


보스턴 공항에서 동욱이가 나를 마중나왔다. 일 년에 많아야 두 번 보는 친구지만 만날 때마다 항상 즐겁고 할 얘기도 많은 것 같다. 

맥주를 너무 먹고 싶었는데 마침 수제 맥주집을 가자고 한다. 나야 좋지. 동욱이네 집에다 짐을 내려다 놓고(그리고 집을 보고 충격을 먹고) 수제 맥주집을 가서 흑맥주를 마셨다. 자전거 도난과 호스텔에서 몇 시간 동안 따지는 걸로 시작한 하루 치고는 매우 평화로운 결말이다.

아직 초상권 사용 승인을 못 받았다.


다음날에는 교회를 같이 갔다. 비록 한국에서 교회를 주기적으로 다니는 사람은 아니지만 여행중 한인교회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소원을 이루었다.

동욱이가 교회 사람들한테 하도 내 얘기를 많이해서 그런지 내 블로그를 이미 읽고 계신 분들도 몇몇 마주쳤다. 아직 블로그에는 오하이오끼지 간 글만 올라와 있는데 보스턴에 나타나니 놀라셨을지도. 어쨋튼 다들 굉장히 나를 반겨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한국인들끼리 이야기하는게 너무 그리웠었다.

교회에서 점심까지 먹고 보스턴에 사는 또 다른 친구를 만나러 갔다. Helen이라고 초등학교 동창인데 마침 동욱이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살고 있다고 한다. 어렸을 때 우리집 이웃이기도 해서 서로 집을 놀러가곤 했는데 그 이후로 11년 만에 보는 거다.

그런데 11년이 지나도 단번에 알아보았다. 웃긴건 Helen이 나를 먼저 알아보았다. 수염이 이리 길었는데도 대충 초딩때랑 비슷하게 생겼나보다. 서로 어른이 되서 보니 감회가 새롭다. 내가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물론 그래도 젊지만.)

LA에서부터 여기까지 고등학교 선배분 빼고는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는데 보스턴에만 두 명이, 그것도 서로 매우 가까운 거리로 살고 있다는게 신기하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그렇게 오랫동안 다른 대륙에서 자라왔어도 서로 아직 말이(언어 얘기하는 게 아니다) 잘 통한다는 것이 정말 놀랍다. 결국 어딜 가나 사람 사는 건 똑같나보다. (물론 동욱이 취미인 마일리지 적립/신용카드 이야기는 못 따라가겠다.)

저녁은 다시 교회에서 만난 청년부 사람들이랑 먹었다. 새로 생긴 한식집이 있다길래 거기에 갔는데, 무려 파닭을 먹을 수 있었다. 다른 한식당과는 달리 가격도 욕나올 수준은 아니었다. 15달러짜리 불고기 백반을 먹었었는데 여기는 15달러에 닭 한 마리다. 이렇게 좋은데가 있다니...


그렇게 교회 사람들이랑 집에 들어가서 치맥을 했다. 이렇게 주말을 보내니 여기서 살아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사람들 주변에 있고, 도시도 아름답고 비교적 안전하다. 동욱이는 나를 만날 때마다 미국에 살으라고 이민을 장려(?) 하는데 이제 정말 그렇더라도 한국에서 만큼 혹은 그보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막상 보스턴 관광은 하나도 안 했다. 그런데 관광은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사람들은 항상 만날 수 있는 건 아니기에 아쉽거나 그러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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