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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겸 Aug 14. 2016

Day 69

Almost there...


오늘 탄 거리: 130km (Orient Point ~ East Norwich)

총 이동 거리: 5817km


일어나니 아침 8시. 롱 아일랜드로 가는 페리를 탈 수 있는 New London에 10시까지만 가면 된다. 아직 펑크를 못 고쳤기에 거기에 있는 자전거 샵을 배 타기 전 들릴 생각이다. 아침을 대충 때우고 히치하이킹을 시도. 엄지를 들고 고속도로 입구에 서있었다. 한 시간 정도 기다렸지만 아무도 멈춰주지를 않는다. 출근 시간이라 그런가 보다. 이해한다. 한 번 소리를 질렀지만 어제처럼 멈추는 사람은 없었다.


여기선 소리질러도 소용 없다...


오늘은 Markus네 집에서 자기로 했기에 여기서 하루종일 죽치고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 결국 어쩔 수 없이 우버를 부르는 수밖에 없었다. 자전거도 태워야 하기 때문에 그냥 우버도 아니라 우버XL을 불러야 했다... 40달러 짜리 자전거 펑크를 수리하기 위해 40달러짜리 우버를 타는 꼴. 돈 아깝지만 이제는 집가는게 최우선 목표니까 그정도는 괜찮다고 혼자 위로했다.


자전거 샵에서 그래도 비교적 싸게 펑크 수리를 해주어서 다행. 이쯤되면 공구를 사도 될까 싶긴 하지만 그냥 펑크 안 나기를 기도하는 쪽을 택하기로 결정했다. 배가 출항하는 시간까지 약 50분 정도 남아서 해변가까지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아름다운 New London의 해변가.


해변가를 가니까 입장료 6달러를 내라고 한다. 내가 사진만 찍고 올거라고 하니까 그래도 6달러라고 한다. 아니 어떻게 해변을 막아놓고 입장료를 받을 생각을 하지... 결국 돌아다니다가 다른 해변가에서(거기도 호텔 소유의 해변인듯 했다) 직원에게 내가 LA에서 왔는데 태평양에 바퀴를 담갔으니 이제 대서양에 담가야한다고 설명을 하니까 공짜로 들어갈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드디어 coast-to-coast 완주!


아쉽게도 자전거는 바뀌었지만 그래도 전통은 전통이니(미국횡단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태평양과 대서양에 바퀴를 한 번씩 담그는 의식이 있다) 바퀴를 바다에 담그고 사진을 찍었다. 내가 이런거에 의미부여를 많이 하는 성격이긴 하지만 뭔가 대륙 한쪽에서 물을 만져보고 69일 뒤 그 반대쪽에서 발을 담그니까 정말 묘한 기분이 들었다. LA에서 뉴욕까지 가는 것보다 양쪽 바닷가에 한번씩 담근다는 생각이 훨씬 더 낭만적이고 모험심리를 자극하는 것 같다.


New London 시내.


그렇게 바닷가에서 다시 나와 배를 타러 갔다. 생각보다 배가 롱 아일랜드까지 가는데 오래 걸렸지만 여행 중 처음으로 배를 타는 것이기에 즐거웠다. 바다는 봐도 봐도 안 지겨운 것 같다.


배에 탈 순서를 기다리는 중.
New London 안녕~
롱 아일랜드가 보인다!
감격의 순간. 뉴욕주 도착ㅠㅠ


그렇게 Orient Point에 도착해서 일단 점심을 먹을 식당부터 찾았다. 이제 돈 쓸일도 없으니 조금이라도 제대로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괜찮아 보이는 다이너에 들어갔다. 거기서 피시앤칩스를 먹었는데, 맥도날드 피시오필레를 제외하고는 세 달만에 생선을 먹는 것 같았다. 바다의 맛에 감동. 그런데 밥을 먹고 난 뒤 결제를 하려고 하는데, 카드가 안 된다고 한다. 안 될리가 없는데... 현금은 없기에 일단 ATM에 가서 돈을 뽑겠다고 했다.


엄청 맛있던 피시앤칩스.


그렇게 ATM까지 달려가서 카드를 넣었더니 거기서도 안 읽힌다. 아무래도 어제 모텔에서 티비 위에다가 지갑을 올려놨는데 그것 때문에 마그네틱이 손상된 것 같다. 식당에 돌아가서 내가 지금 돈을 낼 어떠한 방법도 없다고 말하자 정말 쿨하게 그러면 그냥 외상으로 하라고 직원이 말했다. 한국에서도 안 해본 외상을 미국에서, 그것도 여행 막바지에 하게 되다니. 명함 하나를 주고는 내일 거기로 전화해서 결제정보를 알려달라고 하고 그냥 나를 가게해줬다.

경찰을 안 부르고 그냥 가게 해준 Skipper's. 감사합니다ㅠㅠ


그렇게 무사히(?) 식당을 빠져나오고 Markus의 집으로 향하는데 역풍이 불기 시작한다. 대서양을 보고서 다 끝났구나 싶었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구나... 롱 아일랜드가 생각보다 시골스러워서(그러면서 길에 차는 엄청 많다) 조금 심심하게 길을 갔다. 이미 충분히 늦었기에 쉬지 않고 달렸다. 적어도 어두워지기 전까지는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가는 길에 지나친 우리배 농장.


그러나 역시 이 자전거로 하루에 130km를 타기에는 좀 무리가 있었던 것 같다. 예상보다 훨씬 더 늦게까지 자전거를 타게 되었다. 설상가상 핸드폰까지 꺼져버렸다. 다행히 기차역쪽에서 충전을 하고 겨우겨우 Markus에게 전화를 하니 내가 있는 곳으로 마중을 나온다고 말했다.


그렇게 어두캄캄한 도로를 Markus의 꽁무니를 쫓으면서 집까지 무사히 찾아갈 수 있었다. 오늘 하루종일 타면서 자전거가 점점 고장나는게 느껴졌는데(안장이 계속 내려간다...) 이 자전거 덕분에 이제 집 갈 때가 된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Markus는 내 자전거를 보더니 어디서 이런 고물덩어리를 얻어왔냐고 하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내일이면 끝나는 자전거 여행이지만 혹시나 모르니 렌치라도 하나 가져가라고 챙겨주었다. 이제 펑크는 수리할 수 있게 되었다.


마중나와준 Markus.


누워서 이 글을 쓰면서 지난 날들을 회상하고 있다. 70일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911도 처음 불러보고, 경찰서도 가보고, 히치하이킹도 해보고, 처음보는 사람의 집에서 자보기도 하고.


마지막 밤. 굿 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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