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 창문을 열면 조각난 하늘이 보인다. 창문 앞에 큰 건물이 있고, 그 옆에 낮은 건물들이 있어서 하늘의 일부만 보인다. 그게 마치 조각난 하늘 같다.
나는 창문을 열어놓는 걸 좋아한다. 창문을 열어놓고 오전의 하늘, 오후의 하늘, 노을, 해가 진 하늘을 본다.
오늘 본 하늘은 오후 5시 같은 색이었다. 파란 하늘에 주황끼가 번진다. 그 아래 나무들이 있다. 뭉쳐있는 나무들, 아마 산일 것이다. 내가 사는 동네에는 뒷산 비슷한 게 있다. 뒷산이라 하기에는 너무 낮고, 동산이라 부르기에는 좀 크다. 나는 그걸 대충 뒷산이라 부른다.
나는 건물을 펄쩍 뛰어넘는 상상을 한다. 그렇게 뛰어넘은 곳에는 조각나지 않은 산과 노을이 있다. 그곳에서는 산과 노을을 매일 볼 수 있다.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아도 금방 땅을 밟을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바람을 가르면서 산을 볼 수 있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그곳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친구와 함께 해가 지는 풍경을 보며 감탄한다. 매일 보는 풍경이면서, 와- 매일 봐도 새롭다- 그치! 라며 했던 말을 반복한다.
친구는 숨을 크게 들이 마신다. 나도 한번 따라 해본다. 차가운 공기가 코에 들어온다. 어딘가 외로운 느낌인데, 싫지 않다. 나는 그 느낌이 좋아서 계속 숨을 크게 쉬어본다.
해가 지려 하자 가로등이 켜진다. 해가 다 지지 않은 하늘은 여전히 환해서 가로등은 당장 할 일이 없다. 나는 가로등에 의미를 부여하며 논다. 지는 해가 외롭지 않게 가로등이 켜지는 거야, 가로등이 지금 켜져서 하늘이 더 예뻐 보이는 거야. 이러쿵저러쿵. 생각나는 대로 말해본다.
나는 노래를 찾는다. 친구와 멍하게 노래를 들으면서 하늘도 보고 산도 보고 가로등도 본다. 산 한번 봤다가, 땅 한번 봤다가, 다시 하늘 한번 봤다가, 큰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맴돈다.
가끔 창문을 열면 차가운 공기가 내 방에 스윽 들어온다. 그럼 나는 건물을 펄쩍 뛰어넘는다. 아무것도 조각나지 않은 곳으로 가는 거다. 그곳은 너무 예뻐서, 나는 상상 속에서도 예쁘다고 소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