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광고는 사회가 집중하는 사안이나, 사회문제 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소재가 정해지면 다른 광고들처럼 공익광고 또한 사건을 이미지화한다. 빠른 시간 안에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니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구성이 필요하다. 복잡함을 '단순함'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공익광고는 사안이 갖는 복잡한 문제와 메시지들을 납작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해당 광고를 살피자. 어린아이가 슬픈 눈을 하고서 '멸종위기종'으로 불리는 펭귄을 바라보고 있다. 약자를 전시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저출생 극복'이다. 광고는 어린아이의 '우리나라를 지켜주세요'라는 문구로 저출생 극복을 표현했다. 이 광고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위기감' 내지는 '공포감'다.
위기감은 느끼면 저출생이 해결될까? 우선 저출생은 여성혐오와 성차별이 만연한 한 사회의 결과이다. 동시에 그럼에도 잘 살아보고자 하는 여성들의 실천이다. 진보를 자임하는 정치인들은 저출생 극복을 위해 신혼부부 대출을 확대했다. 이때 신혼부부가 살만한 수준의 복지를 받기 위해서는 '자녀'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들을 내건다. 청년들이 결혼해 '출산' 한다면 더 쉽게 빚질 수 해주겠다는 뜻이다.
광고 속 슬픈 눈을 한 아이의 부모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빚 갚으랴 애 키우랴 일하랴 집안일하랴 일상이 비상일테다. 자녀가 있는 여성들 사이에서 "둘째 계획이 있냐"는 질문이 '진상 질문'으로 여겨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린아이 앞에 있는 저 펭귄은 어떨까? 국가가 이윤을 쫓아 자본주의를 팽창시키는 이 상황에서, 저 펭귄은 정말 멸종될지 모른다.
사실 '아이들이 사라질 것', '그러니 곧 한국도 사라질 것'과 같은 공포감을 조성하는 광고는 흔하다. 이를테면, 국가와 언론은 국민연금을 다룰 때 주로 '공포감'을 사용한다. '인구절벽'을 강조하며, '청년들이 노인부양을 위해 보험료를 2배 이상 내게 될 것'이라는 식의 광고를 한다. 이때 인구감소와 은퇴자수를 고려해, 제도를 조금씩 수정해 가며 실질적인 방안을 찾는 시도는 찾기 어렵다.
광고화 하려는 사안,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제작 이전에 그 사안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한 과정을 거친다면 저출생을 다룬 공익광고가 할 수 있는 말이 적어도 '우리를 지켜주세요'는 아닐 것이다. 멋진 창의력을 가진 광고인들이 펼칠 그림은 무궁무진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고민하기 어렵다면, 아무리 중요한 사안이라도 모든 걸 '공익광고'화 할 수 없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때로는 복잡한 문제를 복잡한 것으로 둘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