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역사적으로 봤을 때 시대적 변화에 사람들이 느꼈을 그 충격이 비슷했을 거라고 어렴풋이 짐작되는 그 시절 산업혁명과 이 시절 AI 시대에 대해 간단히 비교해 보려 한다.
2016년 이후 수많은 기술이 쏟아져 나왔지만, 우리에게 와닿는 충격은 단연코 AI였다. 아직 센세이션을 줄 만큼 발전하지 못한 산업도 있지만 대부분 장족의 발전을 통해 우리는 기술의 시대를 살고 있다. 많은 영역들이 지속적인 발전을 통해 우리 삶에 들어와 있지만 사람들의 실생활에 바로 영향을 주는, 그래서 피부적으로 높은 변화의 강도, 충격을 느끼는 산업은 단연코 AI 관련이었다.
따라서 18세기 산업혁명을 되짚어보는 것은 21세기 AI 시대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학습이 될 것이다
기술은 달라졌지만 인간의 반응은 거의 같지 않을까?
요즘 AI와 관련된 논쟁(?)을 들어보면 18세기 산업혁명 당시 남겨진 기록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대와 두려움이 동시에 존재하고, 변화의 규모에 대한 과장이 넘치고 기술이 인간을 대체할지에 대한 불안도 반복되고 있다. 지인과 유튜브를 통해 정치권과 연관 지어 AI의 위협에 두려움을 느끼시는 어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IT, SW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제법 어려움을 토로하신다.
내가 기계공학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눈에 보이는 차이를 보면 기술의 형태가 아닐까 싶다. 18세기에는 방직기와 증기기관이었고 21세기는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기반의 자동화 시스템이다. 기술이 달라졌지만 인간이 변화에 반응하는 방식은 그렇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산업혁명을 좀 더 살펴보면 좋겠다.
산업혁명은 기술의 발전으로 노동의 개념을 바꾼 사건으로 보면 이해가 쉽다. 단순히 새로운 기계가 등장한 시점이 아니라 방직, 방적 같은 개인의 손기술 숙련도에 따라 그 결과가 차별되던 기존 인간 노동의 개념 자체가 바뀐 것이다. 증기기관 기반 장비들이 등장하면서 ‘기술을 가진 개인’이 아니라 ‘기계가 중심이 된 공장 시스템’이 산업의 기본 구조가 되었다. 공장제는 인간의 노동을 시간 단위로 나누었고 생산은 숙련보다 표준화된 절차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는 AI 시대이다. 21세기의 AI 시대는 산업혁명과 꽤 비슷한 상황에 있다.
다만 이번에는 인간의 노동의 주체가 육체가 아니라 사고(인지) 구조의 변화를 요구한다. AI는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서 분석, 요약, 추론, 조언 같은 지식 노동을 지원하고 확장한다. 이런 변화가 4차 산업혁명의 여러 다른 어젠다 중 특히 AI가 우리의 시대를 바꾸고 있다고 몸으로 먼저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의료, 법률 등 전문지식으로 접근이 쉽지 않은 영역까지 쉽게 정보를 획득하게 됨으로써 진입장벽이 낮춰지고 있고 누가 더 많이 아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빨리 적응하고 활용하고 재구성하느냐가 중요한 시대다.
두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의 공통점을 찾아보자. 새로운 기술을 사용한다는 것은 우리의 사고와 행동의 변화를 요구한다. 그리고 과거나 지금이나 그 변화에 대해 두려운 듯하다.
과거에는 기계파괴운동(Luddite movement)을 통해 그 당시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에 대한 반대 운동이 있었고 현재에도 AI를 통한 자동화는 빠른 속도로 도입되고 있고 국내, 외 IT 기업들에서 들리는 대규모 감원 소식으로 노동자들을 더욱 무한한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AI가 기존 인력을 대체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감원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고 기업들은 대부분 AI와 무관한 구조조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빠르게 새로운 것을 배우고 활용함으로써 노동 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임에도 익숙한 것에 머무르고 싶어 하는 저항감은 시대를 떠나 인간의 본능적인 성향이라고 생각된다.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초기 단계가 있고 오류를 범한다. 그건 사람의 실수라고 봐야 한다. 초기 단계의 오류로 인해 인간과 비교하여 부족하다거나 아직 실사용이 어렵다는 판단 해서 신뢰를 낮추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렇게 해서 타이밍을 놓치게 되고 시장이나 산업에서 낙오하게 된다.
대규모 공장 시스템, 자동화 시스템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기존의 해 오던 방식을 표준화하고 절차를 기반으로 운영하기 위해 정리하고 통합해야 하는 과정을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 기술을 배우고 적응하기에 앞서 가장 중요하고 정확하게 처리가 되어야 하는 과정인데 과거에도 그랬을 것이고 현재도 이 과정을 가장 어려워한다.
공통점이라고 했지만 우리가 시대에 맞춘 변화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사고와 행동인 것이라고 봐야 한다.
두 시대의 결정적인 차이는 변화 속도라고 본다. 과거 세대의 변화로 그 속도가 눈에 보였고 각 세대들의 삶의 방식과 과업이 다른 것이 이상하지 않았다면 AI는 다르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처음 4차 산업혁명이 언급되었고 2022년도 12월 chatgpt가 출시되었고 지금은 5.1 버전과 다양한 확장 서비스가 출시되는 상황이다. 그리고 구글, 앤트로픽 등에서 성능이 부족하지 않은 경쟁 서비스들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속도는 다음 세대에게 특히 가혹하다. 전공 공부가, 전공과목이 유효한 시대가 얼마나 유지될지가 나도 궁금하다. 점점 빨라질 변화의 속도가 사회와 개인의 준비해야 하는 시간을 이미 앞서 대비의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다시 역사로 돌아가서 기술 변화의 시대에 살아남은 사람들의 패턴을 보면 우리가 AI 시대 준비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1.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탐색 및 탐구의 대상으로 보기
2. 새로운 도구를 빠르게 배우기
3. 역할 변화를 이해하고 수용하기
4. 새로운 기술을 ‘대체’가 아닌 활용 및 확장으로 이용하기
기술은 매초 매일 발전해 오고 있고 이런 변곡점이 되는 과정에서 기존의 패러다임을 넘어 그 변화에 적응한 인간이 그렇게 않은 인간을 앞지르는 것이다.
위기와 기회는 같이 온다는 말이다. 이 말이 진리다.
18세기 산업혁명은 인간의 손을 바꿨고 21세기 AI 시대는 인간의 사고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머물지 말자.
꼭 해야 하는 고민은,
나는 이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가?
나의 역할은 어떻게 바뀔까?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역사는 반복되어도 속도는 다르다.
기술을 판단하기에 앞서 나의 준비 상태 점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