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브런치를 시작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아 그간 발행한 글 목록을 다시 살펴보았다.
2019년 5월 28일 첫 글을 올렸고 지금까지 51개의 글을 발행했으니 79개월 동안 51개로 한 달에 한 편도 채 쓰지 못한 셈이다.
그리고 중간중간 '이제 꾸준히 써보겠다'는 나름의 다짐이 적힌 글이 여럿 있는 것을 보며 실소가 나왔다.
역시나 글을 쓴다 거나 어떤 일을 꾸준히 해내 나가는 건 단순히 결심의 문제가 아니라 습관화 못한것이 문제였다는 깨달음을 얻는 중이다.
여전히 글을 쓰는 과정은 늘 비슷하다.
주제를 정하기가 어렵지 일단 쓰기 시작하면 집중해서 끝까지 마무리하는 편이다.
그리고 ‘발행’을 누르는 순간, 드디어 하나의 과제를 끝낸 듯한 개운함을 맞이한다.
비록 구독해주시는 분들과 '공감'을 눌러 주시는 분들은 많지 않지만, 그 분들 중 상당수가 이미 브런치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좋은 글을 쓰고 출판까지 하는 분들이라는 걸 보고 나서 더 커다란 감사함을 느낀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읽혀지는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 작가는 어떻게 이런 주제로 이런 글을 써 내는가'
브런치를 둘러보다 보면 좋은 문장, 좋은 구성, 좋은 이미지까지 갖춘 분도 생각보다 구독자나 공감이 적은 경우가 있다.
반대로 글이 특별히 어렵거나 화려하지 않은데 엄청난 독자를 모으는 작가도 있다.
그래서 '글의 품질과 구독자 수는 절대 비례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도 많은 구독자를 가진 작가들을 보면 필력이 좋다.
읽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분명히 있고 제목 하나만으로도 클릭을 이끌어내고 첫 문장부터 읽히는 리듬이 살아 있다.
그리고 중요한 건 끝까지 읽게 만든다.
그런 글은 결국 다시 찾게 되고 다음 글을 기다리게 되고 '구독'이라는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브런치라는 플랫폼도 영향을 준다는 생각을 한다.
이 플랫폼은 필자가 원하는대로 글을 구성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하고 그로인해 독자는 긴 글을 읽기에 불편함이 없다.
여러 매체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원하던 원하지 않던 직접적인 소통에 지친 사람들에게 정리된 문장으로 ‘간접 소통’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처럼 빠른 소비를 겨냥한 플랫폼이 아닌 점이 브런치의 장점이기도 하다.
물론 결국의 '글'이라는 것이 가진 가장 커다란 가치가 아닐까 싶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사람들이 본인의 경험과 생각을 정제된 문장으로 공유하고 또 누군가는 그 문장을 원하는 만큼만 읽고 소비할 수 있는 그 특유의 '거리감 있는 소통 방식'을 선호한다.
그러면서도 최근 줄기차게 AI에 대해서 글을 써온 나의 입장에서 언제까지 이렇게 사람이 직접 쓴 글이 읽히는 시대가 유지될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미 AI가 써주는 글과 기사는 넘쳐나고 있고 그렇게 만들어지는 정보는 점점 늘어나 이렇게 사람의 직접 쓴 글이 희귀해 질 수 있는 시대도 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그래도 브런치에서 여기 계신 작가의 글들은 마지막까지 ‘사람의 문장’으로만 그 명맥을 이어가면 좋겠다.
글이 읽히는 것과는 별개로 나에게는 글을 쓰는 일 자체가 정리의 과정이다.
구독자 수나 공감 수보다 중요한 건 '글을 통해 내가 무엇을 다시 생각하고 말하고 싶은가'이다.
읽히는 글에는 조건이 있겠지만 쓰는 글에도 반드시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잃지 않는 한 내가 즐겁게 하는 글쓰기와 멋진 분들이 가득한 이 브런치는 공간은 더 건강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