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전 직장 선배를 만나서 점심을 했다.
아버지 장례식에 조문을 와 주셔서 인사 겸 연중행사 겸 만나는 날이었다.
현재는 다른 곳에서 다른 업무를 하는 관계지만 지혜와 지식을 겸비한 훌륭한 분이셔서 관계가 끊어지지 않도록 연락을 드리고 만나고 있다.
청기와라는 곳에서 식사를 하며 그간의 안부와 가족 대소사 등 시시콜콜한 얘기부터 사회 돌아가는 얘기, 사업 현황 등까지 짧지 않은 점심시간을 보내고 헤어졌다.
특히 조직, 인력 운영 등의 얘기를 하면서 중소기업의 고충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기본이라는 기준은 어디까지일까'
뻔하고 당연한 얘기라 이런 걸로 글을 쓸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진짜 답답한 건 사실이다.
협업을 위해서는 의사소통이 기본이고 각자 생각하는 기본이라는 최소한이 있는데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굉장히 작게 보일 수 있지만 모이면 업무 중 가장 많이 차이하는 것들이 메일 하나, 회의록 한 줄, 보고의 형식, 말투와 태도들이다.
조직 개편을 통해 통폐합이 되면서 처음 손발을 맞추는 인력들 중에 경력직이라서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을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하는 일이 있다.
놀랍게도.
신입에게 1부터 가르치는 건 자연스럽다 해도 나이가 별로 차이가 나지 않거나 오히려 경력직에게 기본부터 짚어주는 일은 서로에게 참으로 곤란한 일이다.
그렇다고 그냥 두면 항상 그렇지만 좋지 않은 것들을 빨리 전파가 되고 다시 정상적으로 돌리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혼란이 내 조직만의 일이 아니고 소수이기 때문에 회사가 돌아가기 마련임에도 막상 주변을 보면 마치 내 주변만 유난히 심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러나 조금만 깊게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조직이 비슷한 고민을 품고 있다.
점점 기본이 무너지고 있다.
배우려는 의지와 현재 자신을 점검하려는 노력이 점점 부재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그 기준을 누군가 잡아주지 않으면 그 기본을 어디까지 요구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아서 굉장히 곤란해진다.
결국 시스템이 문제인데 그 부분이 중소기업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로벌 혹은 대기업들은 사람을 뽑는 일에 많은 돈을 쓰고 교육에 투자하고 HR 조직을 강화한다.
겉으로는 ‘인재 양성’, ‘성장 지원’이라고 말은 하지만 그 이면에는 훨씬 더 현실적인 목적이 있는 듯하다.
바로 기본을 표준화하는 것으로 조직이 같은 언어로 일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회의록의 형식, 보고의 수준, 일의 흐름, 협업의 방식, 책임과 권한의 단위.
이런 것들이 재능이 아니라 그간의 투자와 노력으로 노하우가 쌓여 시스템화되었고 거기에서부터 나오는 힘인 것이다.
대기업이 HR에 투자하는 이유는 뛰어난 사람을 창조하기 위함이라기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일의 기준을 맞춰준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체계로부터 더 자율적으로 업무 하는 기업도 많지만 그들 역시 그라운드 룰은 명확하여 업무의 특성에 맞추어 표준 프로토콜 안에서 일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당장 급한 일이 아니라고 하고 먹고사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하기 때문에 미뤄지거나 아예 개념이 없어서 발전을 못하는데 결국 기본기가 조직력을 만들어 준다.
조직이 커질수록 그 기본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기본은 저절로 쌓이지 않고 개인의 역량이 기반이 되지 않으면 조직의 기본이 세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세우진 시스템이 무너지는 순간 조직도 바로 무너진다.
한 예로, 첫 직장은 CMM(Capability Maturity Model, 조직성숙도 평가모델) 레벨 5를 달성한 그 당시 꽤 명망 있는 회사였다.
그 회사는 솔루션이 가진 시장 경쟁력의 한계와 경영진의 전략적 무능함 및 도덕적 해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주인이 여러번 바뀌며 어려움을 겪고 최근 또 새로운 주인을 맞이 하긴 했다.
이런 방법론들은 시대와 사업과 업무 방식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효율적이고 퀵한 Agile 방식이 자리를 잡으면서 변화하고 있다.
하고자 하는 얘기는 그런 자격들이 항상 명암이 있긴 하지만 해당 레벨을 유지하기 위해 전사가 노력하면서 내재화가 되고 지류, 전자 자산과 조직원들의 역량이 자산이 있었다.
내가 입사하기 훨씬 전의 자료들이 내가 일한 시절의 자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였고 조금 과하다고 얘기해 보면 지금 AI 시대에 agent화로 쉽게 전환할 만큼의 수준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더 이상 회사에서 일을 지속하기가 어려워지고 떠나게 되면서 자연히 명백이 끊어지고 조직의 기본이 무너졌다고 본다.
여담으로 뛰어났다고 소문났던 분들은 다들 좋은 곳으로 영전하셔서 IT 시장에 큰 역할들을 하셨다.
개인에게 의지한 조직은 그 개인이 떠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 맴돌게 되고 누구가 그 역할을 하다가 떠나고 반복하고...
조직은 겉으로는 돌아가지만 실제로는 리더 개인의 인내심과 감내에 기대어 굴러갈 뿐이다.
다들 나보다 부족하지 않거나 뛰어나기 때문에 괜한 생각일순 있지만 결론은 명확히 변하지 않는다.
기본이라고 지칭하는 표준화된 기준은 가만히 두면 무너지고 가르치지 않으면 흐려진다.
그 순간부터 조직의 성장은 멈춘다.
조직의 기준은 가장 넓은 범위에서 정확히 지켜지며 달라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걸 수행하는 사람이 올바로 역할을 하는지 지속적으로 효과적인 점검을 해야 한다.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방법론이 바뀌어 가듯 기본도 변해간다.
기본 역량이 높은 직원이 많을수록 회사는 강해지고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 기본이 가장 큰 복지다.
연봉표나 제도가 중요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진정한 복지는 눈에 보이진 않지만 어디까지가 기본인지 서로 묻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다.
기본이 유지되는 조직에서는 사람을 가르치는 데 에너지를 쓰지 않고 일을 앞으로 밀어내는 데 힘을 쓰고 앞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