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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삶 Dec 17. 2018

낳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답은 없는 문제. 결혼과 육아


미국에 거주하다가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와서 치과를 갔다. 사랑니에 충치가 있어서 발치나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발치도 무섭고 충치치료도 무서운 내가 그 무엇도 선택하지 못하고 의사선생님께 물었다. “발치가 나을까요, 치료해서 쓰는 게 나을까요?” 선생님은 사랑니가 잘 나서 굳이 뺄 필요는 없다셨지만 빼도 된다고 하셨다. 하지만 그 선택은 내가 해야 하는 것이라고.




결혼과 2세에 대한 계획도 (사랑니 발치/치료와는 비교도 못하게 큰 문제지만) 철저하게 그런 선택의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와 얕게 아는 어른들조차도 ‘결혼은 해야지..’ ‘에이.. 아이는 낳아야지’ 하고 훈수를 두는 것이 이상하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옛날 한국 문화(?)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 문제에서 나는 결혼과 아이 낳는 것을 선택했다. 결혼 2년차, 아직 돌이 되지 않은 아이와 온종일 생활하면서 느낀 점들이 몇 가지 있다.

약 6년이 넘는 시간동안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 나는 무엇보다도 내가 사랑해왔던 남자에 대해 확신이 생겼다. 그 확신이라는 것은 갑자기 어느 순간에 딱! 하고 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해 깊은 대화를 통해 알아가고, 수없이 싸우며 화해하고, 그 사람 주위의 인간관계를 파악해가고, 어렸을때부터의 가정환경과 경험을 통해 형성된 그 만의 세계관을 이해하면서 서서히 스며드는 것처럼 생겨났다. 특히 나는 둘 사이에 시시때때로 생기는 이슈 (오해, 서운함, 분노 등) 들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마음에 들었다. 결혼 후에 글로 모두 담기 어려운 많고도 다양한 일들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나의 결혼생활에 매우 만족한다.


특별히 결혼과 동시에 외국생활을 하게 된 우리 부부는 이 생활에서 서로를 짠하게 생각하고 항상 불쌍히 생각하는 마음으로 상대를 대한다. 함께 손잡고 위로하며 토닥여주는 존재가 오직 이 사람이라는 것이 외국에서 살고있는 우리에게 더 마음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퇴근 이후 함께 식사를 만들어 먹으며 한국 예능을 보는 것. 주말이면 느지막하게 일어나 침대에서 빈둥대면서 어떻게 놀 것인지 이야기하는 것. 종종 한국으로 부모님을 위해 무언가를 보낼 날이 오면 함께 쇼핑센터에 가서 고민하며 선물을 고르는 것. 내 미래에 대한 고민을 말했을 때 자기 일처럼 같이 생각하고 계획해주는 것. 참 사소한 것들까지 언제나 함께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 고맙고 배부른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 결혼을 하지 못한 친구들이 결혼생활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 적극 추천한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서는 약간 다른 것 같다. 나는 약 일년이 되는 시간동안 갓 태어난 아이와 함께하면서 참 많은 기쁨과 행복을 느꼈다. 그것은 정말 아기가 없었을 때에는 상상하기 불가능한 기분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아이와 함께하기 위해서는 포기해야하는 것들이 굉장히 많고 분명하다. 나의 경우에는 미국생활의 적응과 더불어 모든 여자들이 고민하는 커리어 지속에 관한 것,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건강상태의 큰 변화, 양질의 잠, 자유로운 화장실 출입, 시간과 체력관리, 간지나는 여가와 문화생활, 내 모든 것의 아이 소유화(?), 더 본질적으로는 나의 자아정체성에 대한 혼란.


지금 이 순간도 나는 언제 다시 일을 가질까, 아이는 어떻게 누가 키워야 할까에 대해서 끝없는 고민을 한다. 남들이 말할때 여자치고도 덤덤하고 모든 것에 무관심하다는 나도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을 가지게 되었는데 감성적이고 섬세한 다른 여자들은 출산과 육아를 통해 겪는 신체적/감성적 변화가 얼마나 큰 문제이겠는지.


아이가 있고 난 이후에 내 삶은 마치 활발히 반복적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하는 그래프처럼 위와 아래가 분명해졌다. 아이를 낳기 전엔 삶의 그래프의 위아래가 크게 차이가 없었던 것 같다. 아이가 있으면서 기쁨과 경탄, 행복이 그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해지지만 이와 함께 우울감, 걱정, 고통들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이를 낳겠다는 내 선택에 대해 물론 대가를 치르고 있지만 굉장히 만족하고 그래서 앞으로 둘째, 셋째도 계획하고 있다.


결혼과 아이에 대해 고민이 없던 내 친구들도 오랜만에 한국에서 만나니 모든 대화 주제가 이와 관련된 것이었다. 어느새 결혼을 고민하고, 아이를 갖는다면 언제 가질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미 그 길을 걸었던 나에게 이런 질문들을 하였지만 결국 이것들은 남들이 아무리 뭐라해도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것이라는 점.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해서는 누구도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앞에 말한 사랑니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결국 나는 수많은 인터넷 검색와 고민과 상담끝에 총 네 개의 사랑니 중에 왼쪽 위아래 사랑니는 빼고, 오른쪽 위아래 사랑니를 치료하였다. 고민이 무색할 정도로 딱 반 반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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