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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은 Sep 02. 2020

책이 세상에 나온 지 하루가 지났다.

나와 너를 위한 뻔뻔한 책 홍보 일기

D+1


책이 세상에 나온 지 하루가 지났다.


글 쓰고, 회의하고, 디자인하고, 카피를 뽑고 수정 또 수정하는 팔 개월 동안엔 오로지 출간 만을 바라보며 달렸다. 그래서 출간하는 당일엔 오히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딱 하나. 열심히 준비한 책이니 이젠 열심히 홍보하는 것.


열심히 홍보하는 것.


그러나 역시 소심한 나는 책 홍보가 어렵다. 원고를 쓰는 것보다 나온 책을 홍보하기가 더 어렵다니. 복에 겨운 소리 같은가. 그래도 어려운 건 어려운 거다. 며칠간 여러 사진과 글을 올릴 텐데 결국 모든 게 “내 책 사주세요”라는 말의 다른 표현인 셈이니까. 나는 가까운 사람들한테도 그런 말을 못 하는 사람이다.


최선을 다해서 글을 썼던 것처럼, 이번엔 홍보도 최선을 다해 볼 생각이다. 조금 더 뻔뻔하게. 이왕이면 funfun도 하게. 오늘은 꽤 많은 지인에게 카톡을 했다. ‘나 책 나왔어!’ 말하면서 책 사진을 같이 보냈다. 다들 꼭 사겠다며 응원해주었다. 열 명 정도는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한 사진을 바로 보내왔다. 이렇게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줄 줄은 몰랐는데. 정말 고마웠다. 평소처럼 고민만 하다 연락을 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10권은 아직 창고 안에 있었을 것이다.


인스타그램 홍보도, 지인들에게 돌리는 연락도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내가 어렵더라도 도전하는 덴 이유가 있다. 두 번째 책을 내보니 시야가 좀 넓어졌다. 첫 째로 내 책을 기다리며 꾸준히 응원해준 사람들이 보인다. 책을 준비하다 엎고 준비하다 엎은 3년간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겠다. 먼저 연락해서 책이 나왔다고 알리는 것이 그들에게 지켜야 할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부담을 줄까 봐 지금껏 고민했는데, 그들은 부담보다 기쁨을 먼저 느껴 주었다.


둘 째로 내 책을 같이 준비해준 출판사가 보인다. 내 체면, 내 성격, 내 수줍음 따지다가는 오랫동안 책을 같이 준비해준 출판사 분들의 노고가 땅바닥에 박힐지도 모른다. 나에겐 책이 ‘꿈’, ‘선물’. ‘소중한 기억’ 같은 것일지 몰라도 출판사는 아니다. 물론 소중하고 좋은 책은 맞겠지만, 결국 그들에게 책이란 ‘사업’이고 ‘돈 버는 수단’이다. 반드시 돈 버는 수단이어야만 한다. 그래야 또 다른 좋은 책을 낼 수 있을 테니까. 그들도 꿈을 이룰 수 있을 테니까.


두 가지 이유가 아니더라도 나는 이번 책이 많이 팔리면 좋겠다. 정말 열심히 썼기 때문이고, 그만큼 여러 사람에게 읽히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기준의 ‘성공’을 이루지 않더라도 괜찮다. 그래도 쓰고 말 것이니까.


출간일인 어제. 새로운 글을 쓰기 시작해야겠다는 내 말에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이번 책 팔리는 걸 좀 지켜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돈벌이가 돼야 또 쓰는 거지.” 이제 나는 인세를 받을 거니까 “무조건 돈을 벌긴 벌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얼마? 그 한 권에 천 원 버는 거?”


<유쾌하지만 소심한 사람> 1쇄를 다 팔아도 나는 그가 입을 떡 벌릴만한 돈을 벌 수 없을 것이다. 비슷한 시간을 투자했어도 카페에서 팔 개월 일하고 버는 돈이 훨씬 많다. 어제 들은 말에 기분이 살짝 상한 건 사실이지만, 그 말은 중요한 물음을 남겼다. “그러게. 나 왜 쓰지? 부자 되고 싶으면서 글을 계속 쓰겠다는 결심은 왜 이리 확고할까?” 멋진 대답을 내놓을 수는 없어도, 그냥 내가 좀 멋있었다. 돈을 좋아하는 내가, 돈보다 좋아하는 게 글이란 말인가?


출간 일기는 나를 위해서 쓰고, 남을 위해서 쓴다. 출간하고 나서 마주칠 여러 상황에서 잘 서 있고 싶어서. 그 감정들을 고스란히 남겨두고 싶어서 쓴다. 그리고 <유쾌하지만 소심한 사람>을 어떻게든 재밌고, 진솔하게 홍보하고 싶어서. 꾸준히 쓰기로 한 나와, 꾸준히 읽어주기로 한 사람들을 위해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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