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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Jun 01. 2024

온라인에서 만난 친구도 충분히 좋다

“두 분은 어떻게 아는 사이세요?”


동네에 몇 안 되는 맛집인 중식포차 식당에서 홀을 맡고 계신 직원분이 물어왔다.

우리가 함께 방문한 건 두 번째인데, 우리 사이가 친구라고 하기엔 나이차이가 많아보이고 그렇다고 언니동생하는 사이인 것 같지는 않으니 궁금했던 모양이다.


“저희는… 온라인 친구에요.”


가볍게 던진 질문에 구구절절 설명하기 애매해서 우리가 처음 알게 된 경로를 대답으로 사용했다.


“온라인이요? 온라인으로 친구를 사귈 수가 있어요?“


그렇다. 우리는 온라인에서 만났는데 이웃주민이기도 한 독특한 사이다.


우리가 만난 온라인 모임은 꿈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에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사람이 있을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게다가 그 거리가 같은 구, 같은 동이 아니라 걸어서 고작 3분 거리라니. 초등학생 이후로 친구가 이렇게 가까이 사는건 처음이다.


그 후로 우리는 온라인 모임 멤버이자 이웃주민이 되어 고구마 공동구매를 하기도 하고 책을 빌려주기도 하는 등 제법 친해졌다.


무리지어 다니는 것도 속내를 털어놓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 친구가 많지 않은 나는 몇 안되는 친구와 그런대로 잘 살아왔다. 의미없는 관계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싶지않아 애써 친구를 만들지도 않았다.


그런데 온라인 세상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좋은 친구를 꽤 만났다. 학교와 사회생활에서 만난 친구보다 훨씬 더 많은 수를 그리고 더 즐거운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사이로.


온라인에서는 내가 관심있는 주제를 가진 모임에 가입하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결이 맞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좋은 관계를 향한 출발이 쉬워지는 셈이다. 상호 존중을 기본으로 깔고 있으니 불편하지 않을 만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도 좋다. 그렇게 쌓인 신뢰가 바탕이 되어 직접 만나기도 하며 관계를 발전시켜나간다.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고 상대방이 가진 경험과 노하우에 귀를 기울이며 서로 배우는 그런 관계. 나는 함께 쇼핑하고 미용실에 갈 수 있는 친구보다 이런 친구가 더 좋다. 같은 고민을 하고 함께 성장하는 친구 말이다.


온라인 세상이 아니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나의 친구관계.

이 시대에 태어난 것이 내겐 큰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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