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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Jun 09. 2024

비오는 날 김치전이 쉬운 줄 아니?

"우리 김치전 해먹을까?"


빗소리가 가득한 일요일 오후 자그마한 테라스 한 귀퉁이에서 아이패드와 놀던 남편이 말을 꺼냈다. 그래, 비오는 날엔 김치전이지. 그러나 의문문 형식으로 끝난 저 말은 곧 '해줘'라는 뜻이다. '너는 김치전을 해오너라, 내가 맛있게 먹어주겠다'와 다름 아닌 말.


그래, 매일도 아니고 어쩌다 한 번인데 해주지 뭐. 


야심차게 시작한 김치전이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김치전과 장떡 그 어디쯤에 자리잡은 정체성하며 바삭함 대신 기름에 온 몸을 적신 느끼함하며...


나의 첫 김치전 데뷔는 '그래도 먹을만 하다'는 관대한 평가로 마무리됐지만 아쉬움은 지울 수가 없었다.


'엄마가 해준 김치전은 바삭하고 맛있었는데...'


한 일이라곤 고작 김치전 몇 장 부친 부엌이건만 뒷정리는 제삿날 못지 않았다. 온갖 양념은 다 꺼내져있고 양을 가늠하지 못해 봉지 통째로 올라온 밀가루, 김치국물 묻은 도마와 칼, 맛 보기 위해 사용한 젓가락과 접시...


갑자기 짜증이 밀려왔다. 그놈의 김치전 몇 장 먹자고 이게 무슨 짓인지.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거라는 투덜거림이 절로 나왔다.


엄마도 그랬을까.

어릴 때 나는 비오는 날 김치전 해먹자고 엄마한테 종종 얘기하곤 했었는데.


엄마는 한 번도 귀찮아하지 않고 언제나 기꺼이 바삭하고 맛있는 김치전을 해주셨다. 어릴 때는 몇 장의 김치전을 위해 들이는 수고가 얼마나 많은지 몰랐다. 그저 비오는 날이면 으레 김치전을 먹는 줄 알았으니까.


번거롭기 짝이 없는 김치전을 직접 해보니 엄마가 해준 음식은 모두 사랑이었음을 알았다. 우리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이 곧 엄마의 행복이며 우리를 위해 언제든 수고를 할 준비가 되어있던 엄마.


남편과 먹을 저녁 한 끼 준비도 귀찮은 나에 비해 삼시 세끼와 세 딸의 도시락을 준비했던 엄마는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가. 결혼을 하고 누군가의 식사를 책임져야하는 위치가 되어 비로소 깨닫는다. 음식 속에 담긴 엄마의 넉넉한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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