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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Jul 22. 2024

내 선입견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일류의 조건>.


이번 달에 읽어야 하는 책이다. 7월 독서모임 책으로 정해졌는데, 내가 선택할 수 있었다면 난 고르지 않았을 책이다.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 건 내 취향이 아닌 이유를 정확히 알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였을까. 일본 문화를 탐탁치 않게 여기기 시작한 때가. 

고등학생 때 친구가 좋아한다는 일본 그룹인 엑스재팬 멤버들 사진을 보았다. 일본 잡지에 실린 사진이었던 것 같은데, 노래하는 그룹이라면서 너무 기괴한 모습들에 당황스러웠고 그 첫인상이 일본 문화를 바라보는 내 시선을 어느 정도 결정한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이 글을 쓰면서 엑스재팬을 왜곡되게 기억하는 건 아닌지 염려되어 검색해보았는데 지금봐도 여전히 당황스럽다. 하물며 십대 때는 더 충격이었겠지. 



그 후 우연히 만난 일본 만화 속 여성 캐릭터가 여성의 몸임을 지나치게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불편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기억이 난다. 마법을 사용하는 어린 여자아이마저 굳이 풍만한 가슴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일본 문화 자체가 싫은 건 아니다. 시대가 흘러도 언제나 명곡인 스튜디오 지브리로 대표되는 애니메이션 OST, 호숫가를 거닐게 하는 유키 구라모토의 피아노 연주곡 Lake Louise, 오다이바 지역 완간서(경찰서)가 실존하고, 오다 유지라는 형사도 존재할 것같은 착각을 하게 하는 드라마 '춤추는 대수사선'은 나도 좋아한다. 일본 문화에 속해있지만 내 정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범주에 들어와있다고나 할까.



이런 내 마음이 콘크리트가 된 건 혈액형으로 알아보는 성격이라든가 게르마늄으로 만든 건강 팔찌 처럼 유행하는 유사과학의 많은 것들이 일본에서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우리나라에서 판치는 많은 유사과학의 시작이 일본이라는 게 그들의 문화를 마뜩찮아해도 괜찮다는 훌륭한 명분이 되어주었다.



책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글쓴이가 일본 사람인 책은 선뜻 손이 가질 않았다. 아니, 처음부터 목록에서 빼버린다. 다른 책도 많은데 굳이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마음이다. 그 바탕에는 오랜 시간 천천히 쌓여온 저항이 자리하고 있다는 걸 모르지 않다. 그렇기에 <일류의 조건>이 천만 부 이상 판매를 자랑하며 재출간 되었다 할지라도 굳이 보려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독서모임 지정도서니 어쩔 수 없이 읽어야하지만 밀리의 서재를 활용하려한다. 되도록 종이책으로 읽고싶었으나 내 돈 주고 사고싶진 않고, 인기를 증명하듯 모든 도서관에서 대출중이라 빌릴 수도 없는 처지다. 



밀리의 서재에서 먼저 읽고 마음에 들면 그때 사도 늦지 않는다. 다른 문화도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싶지만 아직은 저항이 세다. 아직은 애써 바꾸고싶지도 않다. 언젠가는 내 선입견도 옅어질 것이고, 나는 그 때가 천천히 오길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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