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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Dec 01. 2024

우리는 '나'를 이야기합니다

지난 달 29일에 <책읽는 엄마들> 여덟 번째 모임을 가졌다. 참여자 여덟 명 중 나를 빼고 나머지 모두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인데 이렇게 구성된 이유는 멤버 모집을 맘카페에서 했기 때문이다.


멀리 가야하는 부담없이 동네에서 독서모임을 하고싶었고,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은 엄마들이면 좋겠다는 까닭이다. 좋은 세상은 좋은 사람들이 만드는 것인데, 다음 세대 아이들이 괜찮은 사회 구성원이 되려면 지혜로운 엄마가 훈육을 잘 해야 한다, 그리고 지혜로워지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엄마들로 이루어진 독서모임을 만들고자 하였다. 


모집 글을 올리기 전 망설임도 없지 않았다. 몇 년간 지켜본바로 자유게시판에서 책 얘기를 거의 볼 수 없었기에 책에 관심있는 엄마들이 있긴한지, 멤버 모집이 될지 조금 걱정도 되었다. 나름 용기내어 시작한 독서모임이기에 아무 반응이 없으면 한동안 의기소침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도 되었다.


모집글 올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명이 함께하고 싶다는 댓글을 달았고 동네주민이자 맘카페 회원이지만 서로 처음 보는 우리는 어색함 속에 반가운 마음을 담은 첫 모임을 가졌다. 이후 인원은 차차 늘어나서 여덟 명이 되었고 모임은 8개월동안 큰 갈등이나 이탈하는 사람 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해오고 있다. 많은 독서 모임이 그렇듯 우리 역시 같은 책을 읽고 모여서 각자 느낀 점을 나눈다. 


큰 틀에서는 결혼과 육아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도 우리 삶은 서로 다르다. 남편과 아이의 성향, 재정상황과 취미생활, 관심사 등 다름을 안은 채 살아간다. 독서모임에서는 자기 삶에 빗댄 책 내용을 말하고 공감하는 지점, 다르게 생각하는 지점을 배운다. 그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나'가 있다. 소재는 매월 정해진 책이고 때로 남편과 아이들이 화제에 오르기도 하지만 주인공은 언제나 '나'다. 내가 우리 독서모임을 좋아하는 이유다.


언젠가 나는 <삶의 주인공이 자기가 아닌 사람들>이란 글을 썼다. 5월 24일 브런치에 올린 글로, 오직 자녀 이야기만 하는 엄마들이 아쉽다는 마음을 담은 글이다. 그로부터 반 년이 지난 지금은 자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만난 즐거움을 쓰고 있다. 나라는 사람이 중심을 잘 잡고 서야 남편과 자녀, 이웃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 독서모임 멤버들은 적어도 자신을 지키려고 애쓴다는 걸 안다. 물론 시행착오도 겪고 크고 작은 갈등 속에 머물기도 하지만 책을 읽으며 지혜를 배우고 다름을 받아들이며 성장한다. 


올해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이 독서모임을 만든 것이다. 맘카페에 모집글을 올릴 때 가진 우려가 전혀 필요치 않았기에 기쁘다. 2024년 <책읽는 엄마들> 모임이 이제 한 번 남았다. 2025년 우리는 얼마나 더 성장할까. 혼자 설레는 마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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