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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무지 Sep 18. 2023

출판 계약이 파기돼서 독립 출판을 해버렸다.

독립출판에 대한 나의 생각

작년에 계약한 단무지툰 에세이집이 올해 초 계약 파기가 되었다.

기획편집을 담당하시던 팀장님이 개인 사정으로 회사를 퇴사하게 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아쉬운 마음에 나와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구글에 검색을 해봤더니,

출판 업계에서는 흔히 있는 계약 파기 사유였다.


출판사 쪽 사정으로 파기된 것이기 때문에 계약금으로 받은 선인세는 반환할 필요가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많이 기대했던 프로젝트라 아쉬운 마음이 정말 컸다.

나에게 남은 것은 편집자의 피드백을 한 번도 받지 못한 날것의 원고뿐이었다.


내가 좀 더 부지런했다면, 좀 더 서둘러서 원고를 넘겼더라면,

담당자의 퇴사 전에 책이 이 세상에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도 있듯이.

원고도 준비 됐겠다, 나에게는 책을 만들 디자인 능력과 인쇄에 대한 이해도가 있겠다, (나는 시각디자인 전공생으로, 학부와 대학원 때 책을 만들어봤고, 출판사에서 외주 편집 디자이너로 1년간 일한 경험이 있었다.)

그냥 책을 만들어버리면 그만인 일이었다.


다만 출판사와 함께 출간했을 때는 재고에 대한 부담과 제작비에 대한 리스크가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위험부담이 있겠지만, 반대로 위험부담이 있는 만큼, 판매만 잘 이루어진다면 인세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이 들어오는 것이 독립출판의 장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100퍼센트 나의 의지대로 제작할 수 있는 자유도가 주어지는 것이 독립출판의 가장 큰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 형식도, 구성도, 디자인도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독립출판의 매력을 크게 느꼈다.


그렇게 탄생한 내 첫 책!

'단무지의 단순한 마음일기'는 내가 운영하는 단무지 계정에 업로드된 툰과 미공개 툰 9개, 총 60개의 에피소드를 엮어 만든 만화 에세이 책이다. 내가 가장 힘들 때 시작한 툰이 누군가에게 힘과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누군가는 독립출판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진입장벽이 낮아 누구나 만들 수 있기에, 정제되지 않은, 완성도가 떨어지는 글과 생각들이 세상에 나오는 것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들 수 있을 것 같다. 책이란 전문가가, 권위 있는 사람이 가치 있는 지식과 지혜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쓰여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요즘 그런 생각을 한다.

완성도가 떨어지면 어때, 좀 부족하면 어때. 그냥 그런대로 나의 것을 세상에 내보일 수 있는 창작의 장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나와 같이 창작하는 행위 자체로 큰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감사한 기회가 되어 주는 것을. 그리고 그 날것의 이야기가 한 사람에게라도 위로와 공감으로 닿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단무지의 단순한 마음일기

그렇게 나의 첫 책은 탄생했고, 나는 이 책이 세상에 닿게 하기 위해 열심히 알리고 있다.

10월에는 대구, 서울에서 있는 퍼블리셔스테이블 행사에 참가할 예정이고,

그 외에 북페어, 마켓에 참가 지원서를 냈다.


그리고 나의 두 번째 책을 부지런히 준비해서 나갈 생각이다.

그렇게 꾸준히 쓰고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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