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베카] komm heim REBECCA
200315 레베카 5연 막공 후기
※극의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배우 비교가 있습니다.
브런치 알림으로 인해 서랍에서 꺼낸 재작년 레베카 관극 후기
세 번째 관극!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12열 4번 자리는 오페라글라스를 들기에 아주 적절한 자리였다. 무대 전체적인 건 앞 공연 때 대부분 봐서 막공 때는 옥댄을 직캠 수준으로 따라다닐 거라고 결심한 나. 마침 옆에 앉은 남자분도 같은 생각이셨는지 둘 다 댄버스가 등장하는 순간마다 동시에 오페라글라스 들고 퇴장하면 또 동시에 내려놓고... 거의 동기화 수준이라 조금 민망해져 버렸다ㅎ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어떻게든 기억해야 한다. 왜 그때 바로 후기를 쓰지 않았을까...(왜긴 왜야 술 먹고 놀았으니까 그렇지)
아무튼 처음 본 엄막(엄기준 "막심")은 노래보다 연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물론 연기 경력이 상당하니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강세를 어느 부분에 둬야 하는지 아는 느낌? 막심이 레베카를 사랑하지 않았고 매 순간 증오했다는 대사를 칠 때 카막(카이 막심)은 앞 뒤 대사들과 같은 속도 같은 세기로 말해서 극의 반전이 밝혀지는 매우 중요한 대사임에도 불구하고 조금 약하게 다가오는 게 있었던 반면 엄막은 그 부분에서
사랑? 내가?(조금 뜸 들인 후 또박또박) 나는 레베카를 사랑하지 않았어..(이히가 멈칫할 시간 준 후) 나는 레베카를 증오했어!!
이런 식으로.. 뭔가 안정적이면서 확 귀에 꽂히게 이야기했던 것 같다. 코믹한 연기를 할 때도(이히한테 청혼할 때) 작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막심이라는 역할 자체가 연기보단 비주얼과 노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다음에 또 보게 된다면 다른 막심을 선택할 것 같다.(물론 막공에 옥댄(옥주현 댄버스)이라면 볼 거임)
졔나(이지혜 나)는 여전히 귀여웠는데 아무래도 막공이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배우들 목 상태가 3월 3일 자둘(두 번째 관극) 했을 때보다는 별로였다ㅠㅠ그때보다 좋았다고 느낀 캐릭터는 소유트리체(이소유 "베아트리체")랑 옥댄... 특히 옥댄은 3.3 공연 때 헉 너무 무리해서(댄버스 중에 제일 회차 많으니까) 좀 힘든가ㅠㅠ싶었는데 막공엔 진짜 거의 무슨 최상의 컨디션 수준으로 날아다녔다... 언니... 관리의 신이야 뭐야....ㅜ.. 사랑해....
-이하 거의 전지적 댄버스 시점 후기-
《프롤로그-어젯밤 꿈속 맨덜리》
유튜브 댓글에서도 나와 같은 의견을 봤는데 이 오프닝 연출을 너무너무너무 좋아한다. 이히(나)가 그리는 그림을 따라서 뒷 배경이 점점 실제 배경으로 바뀌고 댄버스 부인이 나와서 창 밖을 바라보는데... 여기서 노래 중간에 레베카라는 단어가 나올 때 살짝 고개 트는 댄버스 부인의 디테일에 나는 또 한 번 죽고....^_ㅠ 이히는 이제 그 시점에서 댄버스를 어느 정도 이해한 상태 아닐까? 그립지만 아픈 상처라고 하는 것도 그렇고.. 다른 캐릭터랑 대립하고 갈등하고 그런 모습만 나와서 그렇지 나는 프롤로그의 뒷모습이 댄버스 부인이라는 캐릭터의 전반적인 정서를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그 특유의 곧은 자세로 굉장히 쓸쓸하게 서 있는..
《절대 귀부인은 못 돼》
반 호퍼 부인 첫 등장 넘버! 개인적으로 아메리칸 우먼보다 더 좋아하는 노래다. 희경 호퍼(문희경 "반 호퍼")는 이번에 처음 봤는데 혁주호퍼(최혁주 "반 호퍼")보다 좀 절제된 느낌이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 좀 더 고상한 반 호퍼 부인이랄까.. 개인적으로 노래는 혁주 호퍼가 연기는 희경 호퍼가 더 좋았다. 깔끔한 느낌!
《행복을 병 속에 담는 법》
이 노래는 처음에 들었을 때 그렇게 귀에 꽂히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셋까지 돌고 나니 어느덧 시도 때도 없이 흥얼거리는 나를 발견하고 말았다. 이번 삼이히("나" 역할을 맡은 3명) 중에 졔나(이지혜 배우)는 낮고 묵직한 젼나(박지연 배우)랑 꾀꼬리 같은 경나(민경아 배우)의 중간 지점인 것 같다.
《새 안주인 미세스 드 윈터 (이하 자따까라)》
"도대체 무얼 바라고!" 할 때부터 와 오늘 그냥 찢겠구나.. 생각했고 연기할 때 손 보는 걸 좋아해서 집중해서 봤는데 불안하거나 당황할 때 계속 쥐었다 폈다 안절부절못하는 디테일을 살려줘서 너무 좋았다ㅠㅠㅠㅠㅠ 불안정한 상태 티 내지 않으려는 대니(댄버스)ㅠㅠㅠㅠ 아직 뮤지컬의 ㅁ자도 모르지만 다들 이 맛에 관극 하는구나! 를 느끼게 됐달까..
그리고 중간에 "정문을 지금 막 통과했다네요. 갑자기 폭우가 쏟아집니다~" 이 부분부터 클라리스의 "예감이 안 좋아. 비가 오다니~~" 까지가 너무 좋다.ㅋㅋㅋㅋ 중독성 있는 파트..
계단 오르내릴 때 옥댄 자세.. 피지컬.... 와 저게 진짜 댄버스구나 싶다. 아니 진짜 원작 댄버스에 비해 좀 젊고 되게 충직한 집사? 약간 군인 같은 느낌?(원작 댄버스는 유모 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고 생각함) 원작 댄버스도 좋았는데 이 날 뮤지컬 댄버스가 내 심장 세게 때리고 순식간에 마음을 훔쳐갔다.... 뭐야 돌려줘요ㅜㅡ
《영원한 생명》
댄버스의 레베카 처돌이 면모가 가장 잘 보이는 넘버. 난초 막 쓰다듬고 볼에 갖다 대고.. 난초가 계속 살아있으면 레베카도 언젠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을까.
이건 음원이 댄버스 역할을 맡았던 배우마다 있길래 다 들어봤는데 차댄과 퀸댄(차지연 댄버스/김선영 댄버스)은 되게 슬프고 처연한 느낌이 강했다. 사실 레베카는 죽었고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난초가 희망의 끈인 양 붙잡고 있는 것 같았고 옥댄과 신댄(옥주현 댄버스, 신영숙 댄버스)은 슬픈데 광기 어린.. 정말 레베카가 어디엔가 살아있고 꼭 돌아올 거라고 믿는 느낌이었다. 하.. 영생 is 뭔들...(댄버스 과몰입 증세)
그리고 3일 공연에선 안 그랬던 것 같은데 막공 때 옥댄이 "그녈 굴복시킬 순 없어. 그 누구도-" 이 부분을 "우릴 굴복시킬 순 없어."로 바꿔 부르는 거 보고 기함했다. 진짜.. 뭐? 우릴 굴복시킬 순 없다고? 정말 나 미치는 꼴 보고 싶어?! 캐해석 천재만재 아냐?? 감사합니다 진짜;;
《가족이란 낯선 이름》
레베카에서 몇 안 되는 따뜻한 넘버라서 좋아한다.ㅋㅋㅋㅋ쿠ㅜ... 가족이라니까 좋아하는 이히도 귀엽고.. 원작에서의 베아트리체 부부는 좋은 사람들이지만 약간 주인공과 거리를 두는 느낌이 있었는데 뮤지컬에서는 정말 그냥 이히를 가족같이 챙겨주는 느낌이라 편안한 마음으로 본 것 같다.
《하루 또 하루》
막심 미친놈.. 맨날 화내 놓고 후회하면 뭐함;
그거랑 별개로 노래는 좋다. 심상치 않은 전주 부분부터 완전 내 취향. 젼나가 부른 버전을 가장 좋아한다.
《남자들이 숭배한 그녀》
가야 해요.. Fㅏ벨... 귀여운 댄버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넘버.(ㅋㅋㅋ) 이 넘버는 딱히 스포일러 인지도 모르겠던데 유튜브에 박제해주시면 안 될까요..ㅠ(찾아보니 퀸댄 버전이 있었다.) 마지막에 미처 못 뺏은 장신구 눈치채고 잭 파벨한테 달라 손짓하는 부분 너무 귀엽고 좋다. ㅋㅋㅋㅋㅋㅋㅋ
《레베카 1》
댄버스의 변태 모먼트.
"순결한 잠옷... 보세요. 예쁘죠."
거의 구 남친의 미련 철철.. 같은 가사들인데 진짜 이상한 사람 보는 표정이면서도 끝까지 들어주는 이히도 웃김ㅋㅋㅋㅋㅋ 그래.. 뭐 대니가 레베카 자랑 좀 할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
《오늘은 나의 세상》
가장무도회 드레스를 입으면서 클라리스랑 이히랑 부르는 노래. 여기서의 이히 목소리가 너무 청량하고 좋다.ㅠㅠㅠ넘버 하나하나 곱씹을수록 회전문 더 돌고 싶은 저... 비정상인가요..?
《1막 피날레》
"저 드레스.. 레베카가 작년에 입었던 드레스야...!' 할 때 2층에서 내려다보는 댄버스 표정... 안타까운 척 연기하면서 오! 이런! 하는 거ㅜㅠㅠㅠㅠ 미치겠다. 오페라글라스 가져가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최고의 순간 best 1이다... 가까이서 보니까 백만 배 더 좋았음.
《레베카 2》
"감히 너 따위가!! 드 윈터 부인의 자리를 차지하려 했으니까!!!"
레베카에 빠지게 된 계기.. 유튜브의 알고리즘으로 인해 보게 된 옥댄의 레베카 영상.... 그때부터였나요. 제가 김 레베카로 개명할 마음을 먹은 게..... 왜 날 미워하냐는 이히의 말에 원작 댄버스 부인이 당연하다는 듯 침착하게 "드 윈터 부인의 자리를 차지하려 하셨습니다."라고 하는 반면 뮤지컬 댄버스는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감정을 표출하듯이 내뱉는다.
그리고 시작되는 대망의 레베카 액트 투.....밤~~ 바다의~~~~
처음 볼 땐 나름 메인 넘버인데 인터미션 끝나고 이히의 "진절머리 나는 레베카!" 한 다음에 바로 시작해서 놀랐다.ㅋㅋㅋㅋㅋㅋ뭔가 좀 더 뒤에 나올 줄 알았는데..(내 자첫 신댄. 신댄도 또 볼 거야...)
무대 연출도 이 부분이 가장 인상 깊다. 레베카 방이 회전하면서 발코니로 전환되는 거랑 음악 고조될 때 관객석으로 확 다가오는 거. +댄버스& 이히 이중창까지 그냥 이 부분이 이 극의 하이라이트구나! 를 단번에 알 수 있는 연출.
《미세스 드 윈터는 나야!》
최애 넘버. 각성한 이히가 난초도 치우고 다 치워버리는데 당황하는 댄버스 부인이 짠내 나면서도 영문 모른 채 당하기만 하다 결국 스스로 강해진(극 중에선 사랑의 힘이라고 하지만 어쨌든) 이히가 기특해서 제일 좋아한다.
그리고 항상 이히 앞에서 센 모습만 보여주던 대니가 처음으로 이히한테 당하는? 부분이라서 좋아한다. 약간 주도권 뒤집히는 부분.... 막 역린 건드리는 거.. 이런 거 좋아함 ㅎㅅㅎ
《가면 오는 게 있는 법(이하 손씻송)》
"한 손이 다른 손을 씻듯~"으로 시작하는 넘버라 손씻송이라고 불린다. 긴장을 풀어주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댄버스 부인이 나올 때마다 한순간도 안 놓치려고 눈에 힘주고 있다가 이 노래 나오면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창민 파벨과 민철 파벨(이창민 잭 파벨, 최민철 잭 파벨)둘 다 봤는데 창민 파벨이 좀 더 가볍고 날 티나고 남의 불행을 정말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민철 파벨이 돈 필요했는데 마침 잘 됐다 한탕 크게 당기자! 같은 느낌이라 더 취향이었다.
《넘버는 아니지만.... 증언하는 씬》
댄버스가 가장 크게 무너지는 장면ㅜㅜㅜㅜ 댄버스 배우들 이 씬에서 감정 소모 너무 심할 것 같다. 물론 남은 넘버가 몇 개 없긴 하지만... 자첫자둘 때는 소파에 앉은 댄버스 앞에 계속 창민 파벨이 서 있어서 디테일한 걸 못 봤는데 막공 때는 왼블에 앉아서 그런지 민철 파벨이 그쪽으로 안 간 건지 오글(오페라글라스)로 옥댄 표정이랑 "아니야... 아니야.. " 하는 거, 손수건에 얼굴 묻는 걸 다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한다..
막심한테 "네가 죽였어... 네가 죽였지!" 하는 것도 원래는 입모양으로만 했는데 육성으로 하고ㅋㅋㅋㅋㅋㅋ
《레베카- reprise (배신 베카)》
극 중 내내 "멈추지 않는 심장 소리.. 그녀는 살아있어." 였던 가사들이 "멈춰버린 심장소리 이제 사라져." 등으로 바뀐 게 너무 슬프고 레베카가 댄버스 부인이 살아가는 이유였다는 게 여실히 드러나서 마음이 아프다.ㅠㅠㅠㅠㅠㅠ
마지막 가성 처리는 진짜 귀가 황홀해지는 부분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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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좋았던 노래는 정말 많지만 일단 기억에 남는 넘버들로 추려보았다. 원작 소설이 시사하는 주제와 차이가 있긴 해도 뮤지컬 레베카는 내 인생 첫 관극이자 모든 넘버가 마음에 드는 유일한 뮤지컬(내가 느끼기에)이기도 하다. 곧 10주년이라 그에 맞춰 돌아올 것 같기 때문에 그 해만 기다리고 있다.. 얼른 다시 오기를(이 글을 발행하는 시점에는 이미 충무아트센터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komm heim REBEC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