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스펙 포지션의 면접에서 떨어진 이후 구직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접어버리고 쉬는 동안 영어 공부에 집중하기로 했다.
영어 공부를 하면서 가끔 채용 사이트를 보곤 했는데, 작년 8월에 서류 넣고 면접 봤던 곳들이 거의 대부분 그대로 올라와 있었기에 너무나 궁금했다.
사람을 아직도 뽑지 않은 것인지,
구했으나 도망가서 다시 뽑는 것인지....
아무튼 계속 쉬다 보니 업무 스킬도 다 잊어버린 것 같고 점점 멍청해지는 기분에 다시 사회로 복귀가 가능할지에 대한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러다 네 번째 실업급여 신청을 위해 그간 계속 가보고 싶었던 산업군 포지션에 아무 생각 없이 서류를 넣었다.
정말 순수하게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구직 활동 증빙용으로..
서류 합격 후에도 들뜨거나 기대되는 기분도 들지 않았고 (배부른 소리지만 서류합격률은 높은 편이었기에^^;) 그렇게 면접 자리에 가게 되었다.
면접도 작년 8월처럼 이 악물고 준비하는 그런 기간도 없이 그저 머리와 마음을 비우고 마실 나가는 마음으로 나갔다.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하고 역질문 몇 가지를 하며 1차 면접을 끝냈고 그렇게 그 면접은 2주간 소식이 없기에 잊고 있었다.
그런데 2차 면접 연락이 오게 되었다. 임원 면접이었는데, 이 역시도 1차 면접처럼 모든 걸 내려놓고 갔다. 1차 때보다 더 개인적인 부분을 여쭤보시기에 나도 더 툭 까놓고 진솔하게 대답했다.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조금 더 포장을 하거나 했겠지만 그 당시에는 자존감이 바닥 치던 시기였기에 더 이상 기대하는 것을 포기한 상태였다. 그래서 더 적나라하게 질문에 대한 대답을 했다.
그런데 정말 거짓말처럼 오히려 이러한 부분에 진심이 전달된 것인지 합격 소식이 들렸고 당초 지원한 포지션보다 높은 포지션으로 제안을 해주셨다.
이 놈의 인생은 꼭 “아 이제 진짜 끝인가 보다.” 할 무렵에 다시 기어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더라
그렇게 이번에는 비즈니스 모델이 튼튼하고 그간 경험해보고 싶었던 산업군의 회사로 입사를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