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나 많은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류이치 사카모토 유고집
명과 암
달을 보며 우리가 드는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다.
음절의 유사성을 넘어서
우리 인생에 빛이 있으면 언제나 어둠도 있는 법
삶은 죽을을 전제로 하고 있고
우리 모두는 죽을 줄 알면서도 살아간다.
아니, 정확히는 죽음을 망각하고 살아간다.
지난 28일 발간된 류이치 사카모토의 유고집
<나는 얼마나 많은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의 첫 장의 제목은
"암과 살아간다"였다.
그러니까, 일본 말로 암이 어떤 단어와 유사성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의 첫 장에서의 말은 적어도 한국독자인 나에게는
삶의 빛과 어둠,
화려했던 작곡가로서의 삶을 뒤로 한 채
이제는 하나의 생명체라면 피해갈 수 없는
환경적이든, 유전적이든
유기체라면 세포의 변이를 감내해야하고
그 속에서 죽음이라는 그림자를 받아들여야 하는
명과 암이라는 말이 첫 장에 등장한다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그의 저작을 처음으로 받아 안은 나로서는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책의 제목도 어쩐지
보름달에 관련된었다는 것이 사뭇 남다르게 느껴진다
지구에 사는 우리가 언제나 볼 수 없는
달의 뒷편처럼,
삶의 죽음에서야 자신이 숨겨둔 뒷면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에 숨어 있는 것은 아닐지 싶어
첫 장을 펼쳐들었다가 이렇게 에세이를 먼저 쓰게 되었다.
사시, 그를 온전히 느끼고 맞아들이기엔
너무 늦게 태어났고
그런 그럴 다시금 알아보기에는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세대인 나는 90년대생
그러니까 쉽게는
80년대 생이었다면 < 전장의 크리스마스>를 온전히 느꼈을 때도
00년대 생이었다면 <마지막 황제>를 온전히 레트로 감성으로 받아들였을까
시대의 탓일지
나의 게으름의 탓이맂
그의 음악을 온전히 들어본 적이 없는 탓에
그를 이제야 유고집으로 만나야하는 것이
자신의 암의 이야기로 하나의 책을 시작하는
그에게 못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삶의 어두운 면을 지나고 있는 나에게
삶의 보름달이 떠있는 나에게
어두운 뒷면 앞에는 밝은 면이 반드시 있다는 것을 가르쳐줄지
그와의 대화를 이제 이어나가보려고 한다.
이제야 만나뵙게 됐네요. Mr. 사카모토.
당신이 있는 그곳도 여름일진 모르겠지만
조금 이른 여름의 인사를 건네봅니다
Merry Christmas Mr. Sakam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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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편은
독 後후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