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받는 사진관] _ Prologue

사진사, 수인이의 이야기

by 단오


우리 사진관 앞에는 노란 편지함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그 편지함에는 이런 문장이 쓰여있다.


< 당신의 사연을 받습니다 >


우리 사진관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아니, 사진관 앞에 웬 편지함?”

“사진관에서 사연을 받는다고?”


지나가면서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에게

사진관 주인인 나는 자신 있게 대답한다.


“단 하나뿐인 사연 속,

당신을 기억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사진을 찍어드려요.”


오늘은 < 사연받는 사진관 >을 오픈하게 된

내 이야기를 짧게 해보려고 한다.




[ 수인이의 이야기 ]


어린 시절, 수인이는

사진 찍는 걸 무척이나 좋아했다.


자신을 찍어주려는 부모님의 카메라를

뺏는 게 일상이었다.


그렇게 눈물 콧물로 쟁취한 카메라에는

수인이의 시선이 가득 담겨있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 담겨있었고

여름 바다, 가을 하늘이 담겨있었다.


수인이는 커서도 사진 찍는 걸 즐겼다.

수학여행에서 친구들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고

사진을 찍기 위해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수인이는 사진 찍기가

취미였을 뿐, 한 번도 장래희망으로

사진작가를 적은 없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수인이가 대학교 2학년 때,

기숙사에서 수업을 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수인의 핸드폰 벨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귀를 때렸다.


“따르르르르르릉, 따르르르르르릉”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은 수인이는

손에 한아름 안고 있던 전공서적으로

바닥에 떨어트렸고,

곧장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대학병원 응급실 앞,

택시에서 내린 수인이는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하얀 천을 덮고

누워있는 수인이의 오랜 친구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가족 다음으로 가장 의지했던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


수인이는 견딜 수가 없이 힘들었다.

하지만, 계속 주저앉아 울고 있을 수 없었다.

친구의 부모님을 대신해야 했다.


모르는 것 투성이었지만,

직원들에게 장례식 절차를 묻고

찾아가며 자신에게 한없이 따듯했던

친구의 장례를 준비해야 했다.




" 혹시, 영정사진으로 쓸 사진이 있을까요?"


수인이는 직원의 물음에

친구의 부모님을 찾아갔다.


"어머니, 저희…

사진은 어떤 걸로 할까요."


수인이의 말에 어머니는 무너졌다.

아마도 영정사진이라는 말이

딸과의 이별을 실감하는 단어였을 것이다.


어머니는 울며 수인에게 말했다.


“사진 찍는 걸 너무 싫어했잖아.

싫어해도 지금 모습 좀 찍어둘걸…“


수인이도 알고 있었다.

같이 여행을 가서도 사진을 찍어준다고 하면

항상 괜찮다며 마다하는 친구였다.


그 순간, 수인이는 예전에 몰래 찍은

친구의 사진이 떠올랐고, 정신없이 앨범을 뒤졌다.


친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사진이었다.


함께 여행을 갔을 때

한 장이라고 남기고 싶었던 수인이가

사진 찍을 준비를 다해놓고

뒤에서 친구를 불러 찍은 사진이었다.



그 사진을 본 수인이는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찍지 말라니까, 그래도 이거 보면

오늘 우리 여행 재밌었던 건 기억나겠다 “


몰래 찍은 사진이었지만,

마냥 싫지 않은 듯 피식 웃던 친구의

모습도 함께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친구의 영정사진은

수인이는 자신이 찍어준 사진으로 진행했고,

수인이는 그렇게 친구와 이별을 했다.


그 사진 앞에서

수인이는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발인이 끝나고.


친구의 말 때문이었을까,

수인이는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그렇게 수인이는 < 사연받는 사진관>을

열었고, 누군가의 사연을 받기로 했다.


그 사연 속 주인공의 순간의 감정과

순간의 기억을 사진으로 남겨주기 위해서.




앞으로 시작될 < 사연받는 사진관 >

수인이가 함께 하게 될 다양한 사연들과

사연 속 주인공들 많이 기대해 주세요.


그리고


당신도 < 사연받는 사진관 >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