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받는 사진관] _ Episode 1.

ep1. 소개팅 울렁증

by 단오


우리 사진관 앞에 세워져 있는 노란 편지함.

사진관을 오픈한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었지만

아직까지 사연 편지가 도착한 적이 없다.


그래도 매일 아침을

편지함 확인으로 시작하던 어느 날,

노란 편지함 속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To. 사연받는 사진관 작가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28살 김단아라고 합니다.

제가 이렇게 작가님께 사연을 쓰게 된 이유는

저의 [소개팅 울렁증] 때문입니다.


어느 날 우연히 사진관 앞을 지나가다가

작가님이 편지함에 사연을 받는다고

적어놓은 문구를 보게 되었습니다.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했던 고민인데

사람들의 사진을 많이 찍는 작가님이라면

저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이해주 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렇게 사연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저는 소개팅 울렁증이 있어요.

다들 너무나도 많이 하는 소개팅이지만

저는 그 세 글자만 들어도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소개팅이 너무 힘들어요.


몇 번은 이 울렁거림을 참고

소개팅을 나간 적도 있어요.

하지만, 매번 머릿속에는 소개팅 외에

다른 생각들로 가득했어요.


'저 남자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저는 이 생각 때문에 소개팅이 끝나고 나면

무슨 대화를 했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상대방과의 대화에 집중하지 않고

머릿속에 다른 생각으로 가득하니까

뭔가 당당하지도 못하고 계속 뚝딱거려서

괜히 행동도 부자연스러워지고 그렇더라고요.


그리고 그런 소개팅의 결과는

안 봐도 상상이 가시죠?


제가 평소에 외모에 대한 자존감이 좀 낮은 편이에요.

아마 저의 이 소개팅 울렁증도

여기서 오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나름 극복해 보려고 계속 소개팅을 해보기도 하고

거울을 보면서 최면 아닌 최면도 걸어보지만

생각보다 극복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예전에는 오히려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갈수록 사진 찍는 것도

불편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사진관에 이런 사연을 보내는 것 자체가

지금 저한테는 큰 용기를 낸 일이에요.

그만큼 이제는 소개팅 울렁증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작가님, 저 이 소개팅 울렁증 극복할 수 있을까요?




우리 사진관에 도착한 첫 번 째 사연.


편지지는 한 장이었지만,

사연 속 주인공인 김단아 님의 간절함과 진심의

크기는 감히 종이 한 장에 다 담지 못함이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나는 다연님의 사연을 읽고

정말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작가인 내가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해서

사진 찍는 것조차 부담스러워진 단아님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머리가 복잡했다.


그래서 이렇게 혼자 고민을 하는 것보다

직접 단아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 했다.


그렇게 편지 하단에 적혀있는

단아님의 연락처로 전화를 하려던 찰나


“짤랑”


하는 문에 달린 종소리와 함께

우리 사진관으로 누군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수줍은 목소리로 나에게 인사를 건넨 한 여자,

바로 사연의 주인공 단아님이었다.




나는 단아님을 보고 적잖게 놀랐다.

분명히 사연에는 외모에 자존감이 낮다고

적혀있었는데 내 눈으로 확인한 단아님은

자존감이 낮을 이유가 하나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수줍게 웃는 모습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그 순간, 나는 나의 편협한 생각에 부끄러워

어디론가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심지어 사연만 읽고 단아님의 외모를

스스로 판단하고 결론을 내려버렸다는

생각에 용기 내서 사연을 적어서

보내주신 단아님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래서였는지 단아님을 보는 순간

단아님의 오래된 고민이었던 소개팅 울렁증을

극복해 줄 방법도 함께 떠올랐다.




'내가 느낀 단아님의 첫인상을 사진으로 담아주자'


정말 아는 것이 없는 사이.

마치 소개팅과 같은 첫 만남.


나는 내가 단아님의 소개팅 상대가 된 것 같았다.

글로만 단아님의 단적인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이

기본 정보만 알고 있는 소개팅과 다를 게 없었다.


그래서 내가 마주한 단아님의 첫인상, 첫 모습이

정말 있는 그대로의 단아님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난 단아님과 먼저 대화의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2시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이야기를 한 것 같다.


단아님의 사연을 읽고 내 마음대로 생각했던

부끄러운 나의 모습부터 시작해서

단아님의 사소한 일상 이야기들을 공유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단아님의 소개팅 울렁증은

단연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았다.




시대가 흐를수록 미의 기준은 계속 변하고 있다.

물론 개성 있는 외모도 존중받는 시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누가 봐도 '예쁘다'라고 말하는

미의 기준은 변함없이 오히려 점점 높이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흔히 가까운 지인들에게서도

그런 변화를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기보다는

TV나 SNS에 나오는 연예인, 인플루언서들의

외모를 보면서 나의 모습을 그들의 모습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하는 모습에서 나 또한 단아님과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음을 깨달았다.


"쌍꺼풀 수술만 살짝 하면 좀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나 또한 이런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뱉었었다.




같은 고민을 했던 사람들의 유대감이었을까

2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와 단아님은 금세 편한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단아님의 소개팅 울렁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좋아하는 노력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됨을 느꼈다.


바로 우리가 좋아했던 사진으로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어색해져 버린 사진과 친해져야 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방법.

단아님이 가장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어색하지 않고 정감이 있는 장소에서

사진을 찍어보기로 했다.


나의 아이디어를 들은 단아님은

환하게 웃으며 나를 어딘가로 안내했다.




그 장소는 '놀이터'였다.

어린 시절 가장 나다웠던 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었던 장소였다.


장소만 바뀌었을 뿐인데 단아님의

표정은 이미 많이 편해진 듯 보였다.


그런 단아님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냥 편하게 놀아보세요"


단아님은 마치 어린 시절을 추억하듯

신나게 그네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나는 그런 단아님의 모습을 보며

조용히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놀이터를 즐기는 단아님의 모습을

아무 말 없이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좋아요~"라는 말이 오히려

단아님이 힘들게 찾아낸

놀이터라는 공간을 어색한 공간으로

만들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단아님은 정말 말 그대로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그네를 타고

미끄럼틀은 내려오고

괜히 모래를 파보기도 하며 시간을 즐겼다.



그날 그 놀이터에는

예쁨을 억지로 노력하는 사람도

이쁨을 노력하라 강요하는 사람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냥 나다움을 온전히 느끼고

즐기는 사람들만 존재했다.




그렇게 한참을 놀이터에서

어린아이처럼 놀던 우리는

다시 사진관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같이 카메라 속 사진을 들여다봤다.


단아님은 사진을 보고 놀랐다.

"제가 이렇게 환하게 웃을 수 있는지 몰랐어요"


사진은 너무나 자연스러웠고

정말 있는 그대로의 단아님의 모습이 담겼다.

마치 행복함이라는 감정이

눈에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사진을 보고 단아님에게 한 가지를 제안했다.


"우리 사진 보정하지 않는 것 어때요?"


원래 사진이라는 게 금방 사라지는 게

아닌 오랫동안 보관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들을 고쳐서 조금 더 예쁜 내 모습을

남기고 싶은 욕심을 생기게 한다.


나는 단아님과 하루를 보내면서

나 또한 많은 것이 바뀌어있었다.

'오랫동안 보관하면서 들춰보는 사진이라면,

오히려 정말 나다운 모습을 남겨야 하지 않을까'


그런 사진이어야 정말 그 시절 그 순간으로 돌아가

사진 속의 감정과 기분을 그대로 빠짐없이

기억하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제안을 들은 단아님은 조금 놀란듯했다.

하지만, 이내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좋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보정을 하지 않은 사진들이

하나씩 출력되어 나오기 오기 작했고

단아님은 그런 사진들이 한 장씩 쌓일 때마다

설레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단아님, 소개팅할 때

이 사진을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단아님은 또 한 번 당황했다.

하지만, 사진의 손에 들린 놀이터에서 환하게

웃는 자신의 사진을 한참 보던 단아님은

이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나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작가님, 저 아무래도 오늘부터는

저 스스로를 좀 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단아님의 그 한마디에

거짓말을 살짝 보태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내가 누군가의 사연 속 고민을

해결했다는 뿌듯함과 대견함이 아니었다.

사진으로 서로의 진심이 온전히

전달되었음이 느껴져서였다.


마치 그때 내가

내 친구의 사진을 찍어줬을 때처럼.


그렇게 단아님은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사진관을 떠났다.


그리고 <사연받는 사진관>의 한쪽 벽에는

놀이터에서 환하게 웃는 단아님의 사진이 걸렸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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