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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ori Feb 02. 2017

지독하게 아름다워 불행했던...

말레나 (2000)


영화 '말레나'는 2차 대전, 이탈리아 작은 도시에 사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에게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사춘기 소년, 레토나의 눈을 빌려 관찰하고 기록한다. 수다스럽고 참견 많은 이탈리아 사람들의 모습과 사춘기 소년의 성장 과정이 우스꽝스럽기만 하다. 이 가볍게 즐거운 영화는, 그렇지만, ‘말레나’의 인생이 비틀어지면서 돌이킬 수 없게 슬퍼지고 마는데, 그것은 우리들의 유쾌한 모습 뒤에 감춰져있던 질투와 욕정, 광기를 전쟁이 끄집어 빚어낸 잔학함의 결과다.





Malena(2000)는 전쟁의 총 그리고 대포의 파괴성에서 초점을 옮겨 후방 사회에 남겨진 약자들이 무너진 도덕과 극심한 사회 혼돈 속에서 무력하게 희생되는,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과정에 주목한다. 말레나의 삶이 전시 사회의 광기 하에 철저하고 처절하게 짓밟히는 모습을 통해 들려주고자 했던 이야기일 것이다. 전쟁은 그녀에게 가족과 이별케 했고, 가난과 외로움을 준비없이 갑작스럽게 맞게 했다. 그리고 말레나의 아름다움이 존경이 아닌 욕구 충족을 위한 장악의 대상으로 변질된 전시 사회와 그 속에서 어려운 선택을 끊임없이 내리는 말레라를 영화는 레토나 뿐 아니라 관객 모두를 무기력하고 불편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한다. 그것은 전쟁의 광기였을까, 우리 본성이었을까. 파도처럼 갑자기 그리고 무섭게 지나간 말레나의 이야기가 묻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종전이 찾아온다. 잠시의 혼란과 폭력의 파도가 가라앉으며 마을에는 평화가 찾아오고, 말레나의 인생도 천천히 제자리를 찾아간다. 평범한 일상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던 말레나가 영화 말미에 레토나에게 지어주는 별다른 특징 없는 짧은 미소는, 그렇지만 레토나에게는 사춘기를 마감 짓는, 말레나에게는 인생의 새 챕터를 여는 따뜻한 미소다. 전쟁이 끔찍하게 파괴시킨 한 사람의 인생도, 마을도, 그래도 그렇게 다시 새 시작의 순간을 찾고 있었다.


 



말레나를 연기한 ‘모니카 벨루치’는 지독하게, 눈부시게 아름답다. Morricone의 음악은 어두운 시대에 아름다워 불행했던 말레나의 삶과 그녀를 지켜보며 성장하는 레나토의 이야기를 더 유쾌하게 더 아름답게 때론 더 구슬프게 펼쳐낸다. 그렇게 말레나는 저 멀리 사라지고 영화의 여운을 이어받아 흐르는 모리꼬네의 ost는 말레나의 굴곡졌던 인생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준다. 쉬이 가라앉지 않던 우리의 복잡한 마음도 그제서야 비로소 천천히 추스를 채비를 한다.


 


Malena (2000)



"페달을 빠르게 밟았다... 갈망, 순수, 그리고 그녀로부터 탈출하는 것처럼. 세월이 흐르며 많은 여인들과 사랑을 나누었다. 그들은 나를 붙잡으며 자신들을 기억할 것이냐 물었고 그때마다 난 "그래요, 당신을 기억할게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내가 잊지 못하는 유일한 사람은 나에게 묻지 않았던 단 한 사람... 말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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