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복잡한 변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가장 자주 사용하는 프레임워크를 꼽으라면, 단연 People (사람), Process (프로세스), Technology (기술)이다. 조직을 원활하게 운영하거나, 나아가 조직의 Transformation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요소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전제다.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프로세스와 기술에 더 집중한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기술과, 그로 인해 개선될 프로세스는 직관적이고 매력적으로 들린다. 특히 요즘 Agentic AI를 활용해 다양한 경영 프로세스를 자동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충분히 들어보았을 것이다. 반면 '사람'은 다루기 어렵고 모호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더 명확하고 설명하기 쉬운 '기술'과 '프로세스'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Digital Transformation 프로젝트를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안다. 가장 큰 난관은 기술이나 프로세스에서 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문제는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도입하고, 프로세스를 정교하게 설계하더라도, 사용자를 설득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 심지어 새로운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사람까지. 사람에서 비롯되는 변수들은 Transformation 과정을 훨씬 더 복잡하게 만든다. 실제로 나랑 친한 한 컨설턴트는 Digital Transformation 실패의 80%가 사람에게서 비롯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사람이 중심이 되는 환경에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사람을 단순히 '합리적인 존재'로 가정해서는 안 된다. 사람은 설득이 필요하고, 감정에 영향을 받으며, 때로는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아무리 훌륭한 기술과 프로세스라도,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이런 이유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오히려 기술적인 문제는 상대적으로 단순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물론 기술에도 한계와 제약이 존재한다. 하지만 실제로 더 자주 마주하는 문제는 변화에 대한 거부감과 그로 인한 마찰이다.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고, 새로운 방식을 이해시키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일. 때로는 변화에 반발하는 이해관계자와 별도의 대화를 진행해야 하고, 클라이언트 조직 내 정치적인 긴장 속에서 예상치 못한 갈등을 겪기도 한다. 그만큼, 사람은 어렵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구조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Agentic AI를 중심으로, 기술이 프로세스를 넘어 '사람의 영역'까지 일부 침투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되던 세 요소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하나의 큰 흐름 안으로 통합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 세 가지가 완전히 하나로 합쳐진다고 보지는 않는다. AI는 구조를 대체하기보다는, 각 요소의 역할을 변화시키고 있다. 사람의 역할은 재정의되고, 프로세스는 새롭게 설계되며, 기술은 그 중심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된다. 즉 AI가 모든 것을 '대체'한다기보다, 많은 부분을 '변화시킨다'라고 보는 것이 아직은 더 적절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은 질문이 있다. AI 시대에서 사람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그리고 우리는, 사람으로 인해 어떤 새로운 문제를 마주하게 될까.
그래서 다시 사람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어떤 기술이든, 어떤 프로세스든, 결국 그것을 선택하고 사용하는 것은 사람이다. 무엇을 만들든, 어떤 변화를 시도하든, 그 중심에 사람을 두고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단순히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에 반응하며, 어떤 순간에 움직이는지를 이해하고, 그에 맞게 변화를 설계해야 한다.
AI가 더 많은 것을 대신하게 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에 대한 이해는 더 중요해질 것이다. 기술이 할 수 있는 일과,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의 경계가 흐려질수록, 우리는 더 자주 사람의 판단과 감정, 그리고 선택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변화에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떤 기술을 도입할 것인가가 아니라, 그 기술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게 만들 것인가. 결국 모든 변화의 끝에는 사람이 남는다. 그리고 그 사람을 이해하고 움직이게 만드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