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쁨 속에서 놓치기 쉬운 성장의 기준
지난주와 이번 주는 주말에도 일을 하게 되었다.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고, 그만큼 검증의 밀도도 높아졌다. 평소라면 이틀이면 끝날 업무도 여러 번의 리뷰를 거치다 보니 일주일씩 걸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업무량이 늘어난 만큼 배움이 늘어난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미 여러 번 해 봤고 익숙해진 일을 더 많이, 더 조심스럽게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일할 맛이 나지 않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익숙한 업무가 쌓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문득 의문이 든다. 이 끝없이 늘어나는 미팅과 업무량이, 과연 나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걸까. 그리고 나는, 성장을 무엇이라고 정의하고 있었던 걸까.
나는 성장을 '내가 원하는 곳에 가까워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목표로 삼은 방향이 있고, 그곳으로 조금이라도 나아가고 있다면 그 속도가 느리더라도 분명 성장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요즘의 나는 이전보다 성장의 속도가 더뎌졌다고 느껴진다. 익숙한 일을 반복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 안에서도 분명 배움이 존재한다. 하지만 한 발자국 물러서서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다는 감각이 희미해진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종종 일을 더 빠르고, 더 안정적으로 해내는 것을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도 중요한 변화다. 같은 일을 더 잘 해내는 능력은 분명 가치가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것이 단순히 '익숙해진 것'인지, 아니면 '새롭게 배우고 있는 것'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익숙함은 편안함을 만든다. 그리고 그 편안함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우리의 성장을 멈추게 한다. 문제는 그 멈춤이 쉽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여전히 바쁘고, 여전히 일을 하고 있으며, 여전히 무언가를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나는 계속 나아가고 있다'라고 말하기 쉽다. 하지만 가끔은 그 바쁨 속에서, 나는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창 야구를 하던 시절, 나는 성실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다른 친구들이 잠깐이라도 쉬려고 할 때면, 나는 그것을 기회로 받아들였다. 남들이 쉴 때 더 노력하면 앞서 나갈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성실했던 나에게는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다. 내가 쏟는 노력에 충분한 고민을 담지 않았다는 점이다.
맹목적으로 반복하는 스윙에는 큰 의미가 없다. 한 번의 스윙이라도 가치가 있으려면, 내가 어떤 스윙을 하고 있는지, 왜 그렇게 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스윙의 메커니즘을 쪼개서 몸으로 느끼고, 그 과정을 통해 익숙해져야 한다. 그 축적이 쌓여야 비로소 스윙이 내 것이 되고, 경기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나는 남들보다 100번 더 스윙하는 것보다, 더 신중한 한 번의 스윙을 돌렸어야 했다.
회사 업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익숙한 일을 반복하는 것은 분명 지루하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성장을 만들고 싶다면, 계속해서 생각해야 한다. 업무를 더 잘게 쪼개서 보고, 익숙함 뒤에 가려진 본질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야 한다. 더 나은 방식이 없는지, 개선의 여지가 없는지 스스로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더라도, 그 과정에서 쌓인 고민은 결국 인사이트로 남고, 사고의 범위를 확장시킨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바쁨' 속에는, 생각보다 성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성장을 만들어내는 바쁨은 단순한 업무량에서 나오기보다는, 그 일을 어떻게 대하느냐에서 비롯된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고,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태도. 그것이 결국 성장의 방향을 결정한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나를 불편한 상황에 놓으려 한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일을 맡아보기도 하고, 잘 모르는 영역에 일부러 발을 들여보기도 한다. 때로는 나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들 사이에 나를 두면서,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다시 느껴보려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으려 한다.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짚어주고, 지금보다 더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이야기해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의 존재는, 내가 아직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해주는 가장 확실한 기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는 '성장하고 있다'는 확신보다, '멈춰 있지 않다'는 안심을 원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바쁘게 움직이고, 계속 무언가를 해내고 있다는 사실로 스스로를 설득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달라지고 있는가일 것이다.
나는 아직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지금의 내가 충분히 성장하고 있는지, 아니면 어느 지점에서 잠시 멈춰 서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질문을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는 한, 적어도 완전히 멈춰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정말로 성장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그 질문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날일수록, 아마도 내가 다시 움직여야 할 순간에 가까워졌다는 의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