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있다는 착각에 대하여

왜 우리는 불편한 말을 피하려 하는가

by 유현수

자랑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나는 입사 후 지금까지 꽤 괜찮은 평가를 받아왔다. 분기마다 진행되는 팀원 평가에서 대부분의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고, 함께 따라오는 코멘트들도 대체로 긍정적인 내용들이다. 입사한 지 1년 8개월 정도 지난 지금,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고, 그동안 나름 잘해왔다는 생각에 뿌듯함도 든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좋은 이야기만 계속해서 듣다 보니 오히려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분명 나는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고, 지금까지 실수 없이 완벽하게 해 왔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정확히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 걸까. 요즘 들어 나에게 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 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물론 배울 점이 많은 롤모델들은 존재한다. 입사 후 처음 프로젝트에서 만났고 현재는 나의 코치가 된 매니저, 이전 프로젝트에서 팀장을 맡았던 컨설턴트, 그리고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시니어 매니저까지. 그들의 일하는 방식과 전문성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고, 때로는 그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의식적으로 따라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나는 조금 더 직접적이고 명확하게 나를 짚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부족한 점을 정확히 짚어주고,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밀어주는 사람 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런 사람을 만났다. 현재 프로젝트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시니어 컨설턴트 M이다. 컨설팅으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업계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이력이 있는 사람인데, 전문성이나 일하는 방식 모두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 함께 일할 기회가 많았던 덕분에 자연스럽게 그의 사고방식과 접근 방식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그는 나에게 ‘문제점’을 이야기해 주었다.


작년 말, M으로부터 처음 분기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그 안에는 분명하게 짚어주는 보완점이 함께 담겨 있었다. 나는 그 코멘트를 며칠 동안 반복해서 읽었다. 단순히 부족함을 지적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이 반가웠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 피드백을 바탕으로 내가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게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점은, M이 단순히 문제만 던져주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질문하면 기꺼이 설명해 주고, 어떻게 보완하면 좋을지를 함께 고민해 준다. 일터에서 이런 사람을 만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 덕분에 업무량이 많고 바쁜 상황 속에서도, 일 자체가 이전보다 훨씬 즐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에게 일터는 단순히 일을 수행하는 공간이 아니라, 배움이 이루어지는 장소다. 일이 항상 즐거운 것은 아니다.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도 있고, 업무량에 대한 부담도 분명 존재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 삶을 잠식할 만큼 일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일을 통해 얻는 배움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M과 같은 사람이 더욱 필요했고, 그런 존재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좋은 말만 듣는 환경은 분명 편안하다. 하지만 그 편안함 속에서는 내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무엇을 더 보완해야 하는지 명확히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진정한 성장을 위해서는, 때로는 듣기 불편한 말과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피드백이 필요하다.


동시에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사 1년이 지나고, 새로운 애널리스트들이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질문을 받고 업무를 나누는 역할이 주어졌다. 누군가의 질문에 답하고, 일을 배분하는 과정은 단순한 업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그들의 커리어 초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신중하게 접근하려 했고, 단순히 일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기회를 함께 전달하고 싶었다.


M이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면 그것만큼 의미 있는 일도 없을 것이다. 아직 스스로를 리더라고 부르기에는 이르지만, 지금의 역할 속에서 그런 태도를 연습해 보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느낀다.


좋은 말만 듣다 보면, 우리는 어느 순간 ‘잘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불편한 말들은 점점 낯설어지고, 결국에는 좋은 이야기만 들어야 하는 사람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물론 그런 환경에서도 성장은 가능하다. 하지만 그 속도와 깊이는 분명 다를 것이다.


그래서 의식적으로라도, 나에게 불편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커리어 초반일수록, 지금 배우는 것들이 이후의 기반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양한 시각과 피드백을 통해 스스로를 점검하고 보완해 나가는 과정이 결국 더 단단한 기초를 만든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잘할 수 있는 방향을 함께 제시해 주는 사람은 더욱 소중하다. 반대로, 부족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말에서 멈추지 말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요구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어떤 부분을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한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시선을 통해 점검해 보는 것이다. 그 과정은 분명 불편하고 때로는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지나고 나면, 단순한 위로로는 얻을 수 없는 단단함이 남는다.


잘하고 있다는 확신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긴장감이 남는 환경. 그 안에서 얻는 작은 성장들이, 때로는 일 자체보다 더 큰 의미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성장은 결국, 일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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