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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색 Mar 08. 2022

단색, 컴포트에어 라이너 개발일지 #2

이제 붙이지 말고, 입으세요

"생리 끝물일 때 라이너 안 써도 돼서 좋아요!"

"위생팬티 쓰고 너무 만족하고 있는데 라이너가 새로 나왔네요~ 1회용 라이너 가는 것도 번거롭고 분비물 많은 날은 냄새도 잡히지 않아 고민 중이었는데 잘 쓰겠습니다~"



라이너 없인 못 살아, 정말 못 살아

지난 주말, 햇살이 좋길래 한강 라이딩을 했다. 겨울 동안 못 타다가 오랜만에 타서 그런가 한 시간 타고났더니 엉덩이가 꽤나 아팠다. 그런데 웬걸.. 충격이 컸는지 집에 돌아와 보니 갈색 분비물이 묻어있었다.


'아.. 라이너 입고 나갈 걸.'


배란 전, 여성들은 생리 기간도 아닌데 젤리를 만난다. 에스트로겐 분비량 증가에 따라 자궁 경부 점액이 늘어나면서 달걀흰자 같은 투명한 젤리 형태의 질 분비물이 나오는 것이다.


처음 젤리를 만났던 학생 때는 죽을병에 걸린 줄 알았고, 정체를 알고 나서는 그 젤리가 뭔지 알면서도 매번 신기했다. 이제는 배란일을 알리는 젤리요괴 같달까. 


      

데일리 위생팬티를 만들어주세요

컴포트에어 라이트 출시 이후, 단색 직원들을 혼란에 빠뜨린 후기가 있었다. 


"데일리 팬티로 입고 있어요. 꼭 그날이 아니어도 편해요."

"분비물이 있는 편이라 늘 팬티라이너를 달고 사는데 라이트를 착용하니까 찝찝한 느낌을 한 번도 겪어보질 않았어요. 근데 단점이 위생팬티다 보니까 더우면 땀 차는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ㅎㅎ"


생리 기간에 입으려고 컴포트에어를 개발한 건데... 왜 데일리용으로 입는 사람들이 계속 나타나지?

안심하고 착용하려면 어느 정도의 두께감은 필수인데.... 왜 얇은 버전을 원하지?

새지 않게 하기 위해 방수지가 들어가는 건 모든 위생팬티 공통인데... 어떻게 땀이 안 차게 하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왼쪽은 일반 언더웨어, 오른쪽은 컴포트에어 (위생팬티니까 흡수력을 높였고, 흡수력이 높으니까 방수가 잘 되고, 그런데 방수가 잘 되어서 땀이 찬다니....?)


그런데 말입니다.

컴포트에어는 항상 생리 기간에만 입어야 할까요?

데일리에서도 컴포트에어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단색 내부에서 '컴포트에어=only 생리팬티'인가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애초에 생리팬티로 만들었으니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생리 기간 외에도 분비물이 나오는 경우까지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종류를 더 다양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부딪혔다. 몇 주에 걸친 회의 끝에, 컴포트에어를 확장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스마트워치를 만보기 용으로 쓴다고 해서 그 가치가 없어지는 게 아니듯 고객들이 컴포트에어를 팬티라이너처럼 활용한다고 해서 '여성이 쉽게 건강해지는 세상'을 만들자는 단색의 비전이 의미가 약해지는 게 아니니까.


평소에도 착용한다면 그렇다면 기능은 생리팬티와 견줄만하면서도, 디자인은 일반 팬티에 가까워서 부담스럽지 않은 컴포트에어 라이너 버전을 만들어 봅시다.



젤리요괴도 두렵지 않은 라이너 만들기

기능적인 측면에서 흡수력은 기존 컴포트에어로 검증되었기에 흡수 패드 부분에 대한 우려는 크게 없었다. 오히려 샘플 테스트에서 흡수력이 너무 좋아 일상생활에서 입기에는 건조하다는 반응이 나와서 5중 흡수 구조를 3중으로 압축했다.


대신 기존 일회용 라이너의 위생 문제를 심도 깊게 고민했다. 일회용 팬티라이너는 통기성이 없어질 내에 공기가 통하지 않다 보니 세균성 질염의 위험에 노출된다. 그래서 컴포트에어 라이너 개발 과정에서는 통기성과 피부 친화적인 소재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고민했다.


고심 끝에 고른 원단은 텐셀이었다. 텐셀은 친환경 소재이면서 기능성도 갖춘 원단으로, 유칼립투스 나무 추출물에서 만든 소재라 신체 중 가장 예민한 부분인 Y존에 오래 맞닿아 있어도 하루 종일 보송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타났다.



원단이냐 심리스냐 그것이 문제로다

기성 텐셀 원단으로는 열접착이 불가능했다. 겉감인 텐셀 원단과 안감인 흡수 원단, 그리고 그 사이 정말 얇은 방수포가 들어가는 3중 구조를 기획했다. 그런데 흡수 원단과 초박형 방수포까지는 열접착이 되는데, 그다음 텐셀 단계에서 열접착이 안되고 원단들이 분리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원단을 기존 컴포트에어 원단으로 교체해야 하는 걸까?

그러면 데일리성, 통기성, 그리고 기존 생리팬티와의 차별성 3가지를 모두 포기해야 하는데?


봉제나 본드 없이 접착된 상품들을 찾다 '벌집구조 엠보싱'을 발견했다. 텐셀 원단에 엠보싱 구조를 만들면 부들부들한 원단이어도 열접착이 잘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원단이 엠보싱 구조가 되니 열접착은 물론 오히려 통기성이 증대되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텐셀 원단에 심리스 + 햄라인 + 흡수패드까지 다 더하면서도 일반 팬티보다 얇고 통기성 좋은 '컴포트에어 라이너'가 탄생했다.


컴포트에어 라이너는 대중적으로 많이 찾는 블랙과 베이지 두 가지 색상으로 출시했다


*한 번 더 정리하고 가는 컴포트에어 라이너 핵심 포인트

1. 생리팬티 제조 허가 받은 단색이 100% 국내 생산

2. 친환경적이면서 통기성까지 있는 텐셀 원단에 열접착으로 심리스 구현

3. 특허 받은 3중 구조 흡수 원단으로 99.9% 항균&소취



이제는 내심 기대도 된다.


고객들이 또 어떤 버전을 만들어달라고 할까?

다음에는 또 어떤 버전을 만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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