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컨텐츠의 한없는 가벼움
인스타그램의 릴스나 유튜브의 쇼츠를 어쩌다 들어가게 되면 한없는 가벼움을 느끼게 된다. 아무 의미 없는 그냥 순간적으로 느낀 감정이나 가벼운 팁, 순간적인 재미만을 추구하는 수만 가지의 짧은 영상들... 어쩌다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스킵하며 도파민 자극만 추구하는 나의 한심스러운 모습을 스스로 자각하며 멈추게 된다.
나는 이러한 숏폼 컨텐츠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떠한 시점이 되면 아예 깊이 있는 사고와 성찰을 못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나 포함)
내가 생각하는 숏폼 컨텐츠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과정이 아닌 결과 중심주의적 사고를 강화하게 된다는 점이다. 어떠한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필요한 절대적인 인고의 시간과 과정이 생략된 채.. 아님 아주 짧게 요약된 채 어떠한 결과가 있었는지를 빠르게 보여줘야 하고 사람들도 그 결과물을 보기 위해 수없이 스킵하며 숏폼에 몰두하게 된다.
이러한 시대의 트렌드가 얼마 전에 거하게 욕을 먹은 애플의 신형 아이패드 광고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사용자의 경험습득이라는 것을 무시한 채 "아이패드가 모든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요"라고 메시지를 던지는 듯한 아이패드의 광고는 원래 그 의도와는 다르게 전 세계 아티스트들한테 실제적인 경험을 통한 습득과정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급기야는 이 광고에 대해 그 콧대 높은 애플이 광고에 대한 사과까지 하게 만드는 웃픔 해프닝을 만들기도 했었다.
이렇게 도파민만을 자극하는 짧게 요약된 결과만을 보여주는 숏폼 컨텐츠들을 수없이 접하며 자라나게 될 우리 딸에게 무작정 보지 말라고 할 수 없겠고... 참 고민이 된다. 인내하며 몸으로 습득하는 경험적 지혜들이 더 나은 판단으로 이끄는 직감력으로 단련될지 언데... 참 어렵다 어려워
그래서 내가 플랫폼 자체가 숏폼 콘텐츠로만 구성된 틱톡을 휴대폰에 안 까는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하다.
나까지.. 우리 가족까지 이렇게 한없고 의미 없는 가벼운 숏폼의 한가운데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가 않기 때문이다.
단상의 기록 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