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하 Jun 19. 2022

최선을 다해 읽는 일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와 함께



보통 책을 읽고 나면 무엇을 하시나요? 


꽤 감동을 주거나 너무나 마음에 든 책은 괜스레 표지를 쓰다듬기도 하고 각을 잡으며 소중히 다루고 싶은 시늉을 하곤 합니다. 애지중지한다는 마음으로 말이죠.



책을 다 읽으면, 책 표지를 본다든가 리뷰를 쓴다든가 표시해놓은 좋은 문장을 정리해두는 일을 하겠지만, 그 전에 하면 좋을 일이 하나 더 있어요. 바로 '훑어보기'입니다. 책을 휘이이이리이이익 느리게 넘기면서 읽어온 것과 읽었으되 가물가물한 것을 상기하는 일이죠. 최선을 다해 책을 읽는 일의 하나라고 할까요. 이미 망각의 세계에 접어든 것들을 끄집어 내는 작업임과 동시에 인상적이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다시 만나는 즐거움이 됩니다.



최근에 이랑 작가의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를 읽었어요. 밴드 디어 클라우드의 멤버인 작가 이랑은 <아무튼, 식물>을 출간하고, 식물과 관련된 글 연재와 라디오 진행도 맡고 있어요. 이제는 정말 식물 전문가가 되었죠. 저도 제주도에서 그녀의 책을 만난 이후로 이번이 두 번째 책이에요. <아무튼, 식물>에서는 그녀에게 많은 에너지를 주었던 식물에 관해 썼다면,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는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답게 국내외의 식물원에 다녀온 기록과 식물과 관련된 에피소드(가령 수박을 키운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어느 책이건 싱그러운 느낌을 주는 책입니다. 종이 안에도 식물이 살아 있는 느낌을 주니까요. 내가 무얼 좋아하는가는 나의 성향과 연결되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대상과 연관되어 변해가기도 하는 것 같아요. 작가는 식물을 좋아하면서 무해한 인간이 되려고 노력한다고 합니다. 저도 책을 좋아하면서 그 주변의 것들도 좋아하게 되었으니까요.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를 다 읽고 나서 무심코 책을 한 번 넘겨 봤어요. 처음 만남과 두 번째 만남이 다른 것처럼 다시 만난 지점의 느낌은 또 다르더군요. 공부도 복습과 반복이 중요한 것처럼 책도 다 읽고 나서 다시 그 지점으로 돌아가면 기억이 더욱 생생해졌어요.



사진과 제목을 보니 읽은 내용이 되살아나고 기분이 좋아졌어요. 아마도 사진이 싱그럽고 예뻤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요. 제주도의 선인장 마을과 이탈리아 밀라노의 수직 정원이라고 하는 아파트 '보스코 베르티칼레', 작가에게 벌어진 '개인적이고 보편적인 일'에 기운을 차릴 수 없을 때에도 곱게 필어난 겹겹의 장미.



다시 보니 다시 보여요. 제주도 선인장 마을도 가고 싶고, 식물이든 무엇이든 애정을 주는 대상과 서로의 행복을 만들어주며 살아갈  있다는  느껴요. 특히나 작가가 수직 정원을 위해 밀라노행 티켓을 구매해놓고 여러모로 상황이  좋아져서 고민하다가 떠나고 나서 실제 그걸 보고 굉장한 만족감을 얻을  보고 많은 공감을 했어요. 가는 편이 낫다라는 . 가서 실망하더라도 뭔가 새로운  얻어 온다고 믿고 있어요.


읽은 지점으로 다시 돌아가 다시 보고 읽다 보면, 다시 느끼고, 공감하고, 충만해져요.



제주도 선인장 마을과 고양이




겹겹의 장미




밀라노 수직정원






책을 최선을 다해 읽는 일은 다시 돌아가서 봐주는 것도 그 하나라고 생각해요. 알다시피 인간의 시각을 비롯한 감각과 뇌는 생각보다 믿을만한 게 못 되어서 다시 보면 아주 새로운 느낌을 받거든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할 수는 없지만, 내가 믿고 좋아하는 대상에게 최선을 다하다 보면 분명 새로운 감각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책을 더 열심히 보고 싶었어요.

나의 최선은 분명 나에게 최선일 테니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