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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하 Jun 24. 2024

마이클 싱어의 책: 상처받지 않은 영혼

명심해, 너는 별의 부스러기라는 걸


그가 강조하는 개념은 내맡겨짐이다. 마이클 싱어의 인생은, 그야말로 물 흐르는 대로였다. 잘 풀렸다기보다 그때 그때 제안이나 상황을 반기는 삶이었다. 그는 자신의 삶을 내맡긴 다음 어떻게 될 것인지 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그는 큰 회사의 CEO가 된다. 마치 동화처럼.

(이에 대한 자세한 스토리는 그의 책 '될 일은 된다'에서 상세하게 나와 있다)



눈쌀이 찌푸려지고,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흔하디 흔한 자기계발 그 어딘가일 것만 같고, 그가 가진 남다른 재능일 거라고 말이다. 그의 능력임을 부정할 수 없는 게 그런 자세마저도 그의 재능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오는 것들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여 보기로 한다. 자신을 바다에 내맡겨두고 파도나 여울이 오는 대로 흘러간 것이다. 이게 인간의 자유의지나 통제력, 주도권을 포기했다는 걸까. 그건 아니다.










내 개인의 삶은 더 큰 힘에 의해 전개되는 일일 뿐이다. 광활한 우주, 내 이전에 존재했고 내 이후로도 존재하는 세계 속에 내 의지대로의 삶이 전개되리란 기대는 공상과학 이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그것을 두 팔 벌려 받아들이라고 그는 제안한다. 



그렇지만, 내 마음은 그리 편치 않다. 무수한 아우성 같은 소리가 들린다. 

바깥 세상을 대하며 내부에서 계속 소리를 내는 나, 그리고 그 소리에 귀 기울이는 또 다른 나.

그 둘은 같은 존재일까? 이 둘 중 진짜 나는 누구인가?



마이클 싱어는 그 소리를 내는 나는 참나가 아니며, 그 소리를 인식하는 나가 참나라고 말한다. 


“이건 뭐가 문제지?”

내 내부에서는 말소리가 계속 들린다. 불확실하고 두려운 세상에, 마음 속에선 끊임없이 소리를 낸다. 그게 나쁘든 좋든 계속 계속. 그래야 자기가 통제하고 있다고 느끼게 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안에 빠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건 일종의 길들임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것을 그만두기로 한다면 어떻게 될까? 세상에 대한 해설을 중단하고 그냥 의식적으로 그것을 관찰하기만 한다면 당신은 문이 더 활짝 열리고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그것은,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 지를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데다, 마음이 지금까지 당신을 돕는 일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은 현재의 경험을 처리하여 그것이 당신의 과거에 대한 견해와 미래에 대한 전망에 맞아 떨어지도록 조작해준다. 이 모든 것이 최소한 겉보기에는 만사가 통제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마음이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당신은 당장 불안에 빠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현실은 불편할 정도로 '현실적'이어서, 마음으로써 그 현실을 순하게 길들여야만 한다. - 57p. E-BOOK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삶과 싸우지 않기로 결심하라는 말이 무슨 말일까? 삶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내 통제 범위를 넘어서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내 버려 두는 것이다. 내가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라는 말 같다. 이걸 순순히 인정하기는 쉽지 않은데,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경지를 얻으려면 그저 삶의 다양한 경험이 당신 안으로 흘러와서 지나가도록 허락하라. 이전에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래 묵혀 있던 에너지가 다시 나타났다면 지금 그것을 떠나 보내라. 그것은 이렇게 쉽다. 파란 무스탕이 지나가면 두려움이든 질투든 느껴지는 대로 느끼고 그저 미소 지으면 된다. 오랜 세월 깊숙이 저장되어 있던 삼스카라가 드디어 당신을 지나갈 기회를 얻은 것을 기뻐하라. 그저 가슴을 열고 이완하고 용서하고 웃어라. 아니면 뭐든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라. 단지 그것을 다시 밀쳐내지만 마라. 물론 그것이 올라오면 아프다. 그것은 고통과 함께 저장되어 있었다. 그리고 고통과 함께 풀려날 것이다. 그 저장된 고통이 가슴을 틀어막고 삶을 제약하도록 내버려둘 것인지 말 것인지를 당신은 결정해야 한다. 대답은 그것이 건드려질 때 기꺼이 그것을 놓아 보내는 것이다. 그것은 잠시 아릴 뿐, 그러고 나면 끝이다. - 187p. E-BOOK





마이클 싱어의 책을 읽으면서 느끼지만 불교의 어딘가가 생각난다. 눈에 보이는 것이 허상이며 초월이나 해탈의 경지를 끊임없이 연습하게 하는 것 같다. 


붙잡지 마라, 그저 가게 하라. 

움켜지지 마라, 꽉 쥔 손을 풀어라.

가슴을 열어라, 닫지 말아라.


그리고 







너의 길을 그저 걸어가라.  

왜냐하면, 나는 그저 별의 부산물로 만들어진 초초초미세 존재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겸허함을 항상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신은 특별히 나를 좋아하지도 미워하지도 않을 것이다. 커다란 바위나 돌멩이가 어디론가 흘러가다가 깎이고 깍여 잘디잔 모래알이 되는 것처럼 그냥 흘러갈 일인 것이다. 



장기하는, <상관없는 거 아닌가?>라는 자신의 책에서 물 위에서 떠다니는 듯 살려고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억지로 물길을 거스르지 않고 파도나 여울에 몸을 맡기고, 그걸 기꺼워 하는 것이다. 이미 흘러간 것은 흘러간 대로. 수동적이라는 게 아니라, 거스르려고 치열해지지 말라는 편에 가깝다. 



우주 속 별의 부스러기임을 인정하며 살기로 한다.

바람이 나를 어디로 데려다 줄 지 열린 마음으로 지켜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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