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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순하다 Sep 11. 2024

친구가 없어도 괜찮은 이유

내향인이 대인관계에서 살아남는 방법

 지금 생각해보면 친구가 없는 것이 자의였는지 아닌지 쉽게 구분할 수 없다. 20대 초반 대학에 입학한 후 사람들과 어울리고 친해지는 것, 인싸가 되는 것이 대학생활 중 나의 소명 중 하나였다. 하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어딘가 모르게 엇나간 톱니바퀴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모임에 나가면 잠시 즐겁기는 했지만, 곧 집중력을 잃고 혼자 겉돌았고, 헤어지고 집에 돌아오면 항상 대화들을 복기하며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때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라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그리고 이것은 다 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단정 지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해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타인에 대한 눈치 보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퇴근하고 나면 "그때 내가 했던 말을 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너무 푼수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뿐이었고, 이 역시 나의 부족함으로 연결되어 자존감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곤 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는 늘상 '을'이었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내가 했던 것은 ‘매달리기’였다. 무조건 모든 상황에서 상대에게 맞추려 노력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맞추지 못했을 경우 나를 싫어하게 되진 않을까 눈치를 보며 상황을 모면하려 부단히 애썼다. 그렇게 나를 잃어가며 꾸역꾸역 관계를 유지해왔다.


 정말 많은 노력을 했지만, 그럴수록 나는 더욱 외로웠다. "먼저 연락하지 않아서 잊히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 엄습해왔지만, 더 이상 사람을 만날 기력조차 없었다. 그 후로 최소한의 사회생활을 위한 대인관계만 유지하며 그렇게 혼자가 되는 연습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폭발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MBTI였다. 대세에 편승해 테스트를 하게 된 것이 내가 완벽하게 내향성인 성향을 처음으로 맞닥뜨린 계기가 되었다. 나는 내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고, 소통하고 싶고, 명랑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하던 마음들이 나를 외향적인 성격으로 착각하게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외향적이라고 착각했던 마음들은 사실 상대방에게 잘 보이기 위해, 관계라는 줄다리기에 잘 매달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었고, 외향적이어야 관계에서 걸러지지 않을 거라는 잘못된 생각으로 계속해서 지쳐가고 있던 터였다. 그리고 이는 내 스스로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MBTI를 맹신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 내 성향을 한 번쯤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내가 내향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적 변화에 매우 감사해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사람들이 ‘못’ 만나는 게 아닌, 의지에 의해 ‘안’ 만나도 괜찮은 사람이 되었고, 정중히 거절하고 상대방을 이해시키며 나를 보호할 힘을 점차 길러 나갔다. 당연하게도 노력에 의해 가냘프게나마 붙잡고 있던 관계들은 자연스럽게 정리되었고, 그럼에도 나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씩 단단해진 나에게 조심스레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제는 진심으로 함께해도 즐겁고, 가면을 쓰지 않아도 되며,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잠자리에 누워 이불킥하며 후회를 곱씹지 않는 만남들로 소소하게 채워지고 있다.


 친구라는 것은 붙잡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나를 이해해주고 상대방을 이해해주는 좋은 연결고리가 있다면, 성향이 어떠하든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지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나에 대해 알아가고 받아들여야 한다. 나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나와 가장 친한 친구는 바로 나 자신이면 된다. 그렇게 조금씩 내 주변의 모든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유튜브 알고리즘도 더 이상 새롭지 않을 때,

보통 사람의 단순한 취향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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