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감
모양이 볼품없다며 싼 가격에 샀다는
그 말을 듣는 동안 내내 마음이 흐뭇한 건
왜 그랬을까
어제부터 연락을 끊겠다는 말에 그만
황급히 고백을 했던 게 까닭이었나 몰라
불안한 관계는 늘 초조하고
몇 개를 칼로 깎는 동안 지켜보는 사이
혹여 칼끝에 다칠까 봐 조바심을 갖고
추운 날씨의 안부를 드문드문 물었으니
초조함이 기다림만큼 녹슬게 되면
더는 초조해 하지 않을 수 있을지도 몰라
관계가 비로소 정의되는 순간
다 깎은 단감이 맛있겠다며 농담을 하는
다시 평소처럼 벙긋 웃을 수 있는 건
또 왜 그랬을까
# 단정, 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