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을 피하는 방법

by 단정


집착을 피하는 방법




지고지순한 사랑이 고작 집착뿐인 걸

세월이 한참 지나고서야 깨달았어


언젠가 네가 건네주던 편지도

빗속에서 함께 우산을 받쳐준 친절도

결국 호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선심을 쓰듯 내민 연민이었다는 걸

뒤늦게야 알았어


물웅덩이 한복판에서 미끄러지듯

이내 슬리퍼 한가득 빗물이 고이고

추운 날씨 탓에 금세 발끝이 시리고

매한가지였을 뿐인 미끄러진 인연이

내내 서러웠었어 그랬어


지고지순함은커녕 발끝만 시려옴은

슬리퍼에 집착한 습관 탓일 뿐이니

누군 탓할 일도 아니야 맞아


언젠가 양말을 사 신거나 슬리퍼 대신

다른 신발을 구할 생각부터 했어야 해

습관처럼 내내 매달린다는 게 싫어

연민이나 품을 한심함이 더 싫어서


둘이 서로 집착하면 그게 사랑일 텐데

혼자서 집착하는 버릇은 왜 못 고치니

바람을 따라 흐르는 구름들처럼

강물을 따라 흐르는 나뭇잎들처럼

왜 스스로 흐를 줄 모르고 고여 있니


발끝이 다시 시리고

더는 시린 가을밤이 되고 싶지 않아서




# 단정,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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