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강

by 단정

상강

한로를 거친 호숫가에도 서리가 내려앉습니다

빗방울 위에 겹친 물방울들이 달빛에 춤추는 동안

잎들은 숨죽은 채 고요히 아침을 기다립니다

기다림은 줄곧 희미하기만 해서 잘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는 데서 연신 수군대는 소리를 듣습니다

잘 안 보여야 해 들키면 또 어때 어쩔 수 없지 뭐

같은 소리들마저 어둠을 켜켜이 밝힙니다

또 누군가는 스쳐 지나가며 무심히 울었습니다

아마도 이별을 겪거나 시험에 떨어졌거나 혹은

그것들마저 밝힐 오늘이 두려웠기 때문일 겁니다

서리가 내려앉은 호수에서 시린 두 손을 비비며

아직 밝지도 않은 창공 위 두둥실 뜬 달을 본다면

그 옆에 나란히 붙은 별들도 어느샌가 사라지곤 해

같은 별들마저도 때가 되면 작별하는 법입니다

작별에 익숙한만큼 또 누군가를 스쳐 지나고

필경 이별과 시험이 그렇듯 누군가의 추억이 되고

추억을 잊고 애써 일으킨 아침을 기다립니다

# 단정,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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