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드는 산

by 단정


단풍 드는 산

서정을 뒤로 한 채 맞는 가을 아침은

충분히 서사적이기만 합니다

시월이 저물 무렵

영하의 아침이 낯설기만 해도

단풍은 아직 물들지가 않았습니다

섣부른 사랑의 감정처럼 이르기만 해

보고 또 볼수록 곱기만 해

그렇게 단풍이 서서히 익어갈 즈음

그대라는 이름의 서정을 만났습니다

낯선 물음

때 이른 장소들

하물며 늦은 밤의 속살거림도

익숙해질 법한 감정들입니다

혹시 또 모르죠

어느 길가에서 국화차 한 잔

사이좋게 나누어 마신다면

그보다 더 좋은 사이도 없을 테니

그보다 더 선한 감정도 없을 테니

그렇게 단풍을 서서히 기다리는 동안

서서히 그대 이름으로 물들어 갑니다

보고 또 볼수록 곱기만 해

산에 한 번 함께 갈래요, 라는 말은

서정,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 단정,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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