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보셨나요
썰물이 빠진 검은 갯벌의 서해를
먼발치 인천이 보이던 광경을
그 절망적이던 날씨를
드높게 흰 구름을
뿌연 먼지처럼 자욱하던 안개를
그리고 보셨나요
그 바다를 담은 편지를
함께 차를 마시자던 이야기를
연둣빛 꿈으로 적힌 풋풋함을
서툰 말투로도 전할 수 있음을
그래서 날씨마저 개의치 않고
주눅 든 표정도 금세 환해짐을
그리고 또 보셨나요
더는 전할 수 없던 마음을
마음속 붉은 꽃잎이 시든 날을
그 시든 마음의 그림자를
애써 재촉하게 만든 조바심을
그래도 꿋꿋하던 자존심을
늘 부족해도 늘 넉넉해 보이던
그런 용기를 갖던 인내심을
그 불굴의 무중력을
그리하여 하늘 높이 날던 새를
새를 쫓던 마음으로 반기던
너그럽던 그날의 분위기를
혹시 기억하시나요
그때의 약속을
또 보여주겠다던 이 풍경을
그래도 낯설기만 한 공기를
차갑도록 맑은 표정을
후회로 가득해지는 눈망울을
그래서 이내 발길을 돌리는
어느 겨울의 방랑객을
그 낡은 옷차림을
그 선선한 인사를
# 단정,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