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리의 겨울
다사로운 봄볕, 이른 봄이 헤이리를 찾습니다
새싹은 아직 더디지만 언 냇물이 녹아 흐르고 산등성이에도 봄기운이 내려앉았습니다
오가는 사람들 표정이 밝고 바람도 어느새 살랑대며 계절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잠시 귀를 기울여 봅니다
지난겨울의 끝에서 맨몸으로 달렸던 그 길이 생각나 잠시 머뭇거리기도 했습니다
모르던 길을 차츰 알면서부터 아는 길은 이제 익숙함으로 접어드는가 봅니다
다시 한번 발끝을 채는 작은 돌멩이 하나 툭 차고는 공실이 잦아진 큰 건물 안을 기웃거리기도 합니다
혹여 당신과 마주칠까 해
반갑다는 인사라도 전할까 해
오지도 않은 봄은 제 마음부터 찾았나 봅니다
바람이 다시 살랑거리고
차츰 익숙해지는 소음도 저만치서 잦아들면
이른 봄날 헤이리의 오후는 가만히 정지합니다
사진 한 장처럼
# 단정,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