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우리

by 단정


만약에 우리




공허하고 외롭다는 말

공허함과 외로움은 전혀 다른 물성인데

한편으로는 차갑고 한편으로는 따스하기만 할

한편의 쓸쓸함이 또 다른 한편의 안온함을 낳고

그 다사로움을 대신할만한 집 한 채라도 찾으면

내내 지내면서 행복할 수는 있을까를 재차 묻고

그렇지 못하다면 또다시 이별의 막막함일 텐데

그 막막한 이별의 무임승차에선 늘 거부만 당해

알 수 없는 목적지를 놓고 고래고래 싸우기만 해

언젠가 알 수 있다는 말

만약에 우리 그랬다면 어땠을까를 또다시 묻지*

아니라고 안 될 거야 답을 들어야 풀리는 문제

그렇게 또 하루가 저물면 이제 저녁을 만들 차례

나누어 먹는 밥상에서 위로 한 스푼 더 얹으면

우리도 가끔은 행복할 거야 뇌까릴 수 있다면

공허하고 외롭다는 말

결국 너와 내 관계 속에서 지켜내려 한 약조들이

어느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지기만 할 거면

굳이 꺼내놓으면 안될 것만 같은 감정들일진대

너를 외롭게 만드는 일은 없을 거야 다짐을 해

오늘도 또 넌 어딘가를 향할 테지만 그렇다면

그 길목에 항상 불을 밝히던 등대가 있을 거야

그 등대를 알고 있을 거야 그거 하나로도 족해



* 김도영, 2025




# 단정, 2026

매거진의 이전글삼일절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