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놈의 동백이 문제였다

by 단정


그 놈의 동백이 문제였다

집앞 한 그루

몽우리가 채 올라오지도 않은

지난 주말 오동도에서 다 졌다던

붉은빛 꽃그늘은 온데간데 없이

하물며 대전에도 몇은 피었지만

더딘 봄소식은 일부러 더 늦기도 해

아차, 싶다가도 다만 그렇지 뭐, 해

기대도 실망도 없이 바다를 보면

그녀는 비로소 말을 꺼내게 될까

비로소 어둠을 극복하였노라고

굳이 오동도까지 내려가지 않아도

붉은빛 꽃그늘만큼 찬연해질까

이른 아침에 불쑥 궁금한 건

물안개도 서리도 다 가시기 전

붉게 오르던 햇빛처럼 찬란할까

그녀의 바람대로 동해 물결이 일고

이른 새벽의 잦은 기침도 저물까

저물며 빛나는 바다를 볼 수 있을까

그 꿈이 하도 허황돼 짐짓 접어놓고

그 놈의 동백이 문제였어, 혼잣말로

애먼 부끄럼 많은 표정부터 살필까

그렇게 수줍은 동백이 이제 곧 필까

# 단정, 2026